'롤러코스터 역사' 접는 민락동 미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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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가 롤러코스터 철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4일 미월드 부지에 설치돼 있던 롤러코스터가 철거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도심 놀이공원이었던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가 마지막 놀이기구 철거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미월드는 2004년 문을 연 뒤 15년이 채 안 된 짧은 역사를 뒤로 한 채 '비운의 놀이공원'이라는 이름만 남게 됐다.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 부지에서는 롤러코스터인 '다이빙코스터'의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높이 솟아 있던 롤러코스터는 조각조각으로 끊어져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로써 도입 가격만 100억 원이 넘었던 롤러코스터는 고철로 변했다. 미월드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김태훈 전 미월드 운영본부장은 "롤러코스터를 미월드에 설치할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부산 최초 도심 놀이공원
24일 마지막 놀이기구 철거

개장 초 50만 명 찾아 호황
소음 민원·경영난 겹쳐
10년 만에 폐업…호텔 건립


미월드는 2013년 6월 문을 닫았다. 폐업 이후 미월드 운영사는 실내외 놀이기구 20여 개와 각종 놀이시설을 하나둘씩 매각했다. 광안대교와 광안리해수욕장을 내려볼 수 있었던 대관람차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팔려나갔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환호성이 멈추지 않았던 자이로드롭은 필리핀으로 옮겨져 운영 중이다. 다이빙코스터의 철거로 혼자 남은 3층 건물도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

미월드는 2004년 부산 최초 도심 놀이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미월드엔 다른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와 달리 입장료를 받지 않아 개장 초기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단위 관람객이 구름같이 몰렸다. 개장 1년 만인 2005년에는 50만 명이 찾았을 만큼 부산의 대표 놀이시설로 자리매김했다. 광안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에 힘입어 국내 TV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부각되기도 했다.

높아진 인기 속에 미월드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용객이 늘자 미월드 개장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서 소음 민원이 제기됐고, 부산시는 이를 받아들여 오후 10시 이후 영업 중단을 지시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민권익위원회)는 2005년 미월드의 피해를 인정해 부산시의 매입 또는 토지 교환을 권고했다. 이후 미월드는 대형 놀이기구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점차 방문객이 줄어들며 경영난이 심각해졌다.

결국 미월드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토지를 호텔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지엘시티건설㈜에 토지를 매각했다. 현재 지엘시티건설㈜은 이곳에 6성급 특급호텔인 '켐핀스키호텔 부산'(326실)과 최고급 레지던스(282세대) 건립을 최종 확정했다. 2019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을 꿈꿨는데, 자식 같은 놀이기구들이 사라져 많이 안타깝다"며 "미월드가 힘든 과정을 거쳐 최고급 호텔로 거듭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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