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낚시로 올림픽 메달을 딴다?
/임광명 라이프부 차장
낚시와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있다. 낚시가 과연 스포츠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근래 생미끼를 쓰지 않는 루어 낚시가 성행하면서 이런 논쟁은 더 가열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논쟁을 끝낼 계기가 우리나라 밖에서 생겼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국제스포츠낚시연맹(CIPS)이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낚시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 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요청했다는 것이다.
1952년 창립된 국제스포츠낚시연맹은 해마다 민물, 바다, 플라이 등 3개 낚시 종목에서 각종 국제 대회를 열고 선수와 단체를 대상으로 순위를 매겨 왔다. 그들에게 낚시는 이미 스포츠였던 것이다.
국제스포츠낚시연맹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제출한 요청서에 "낚시가 보편적으로 스포츠를 진작시키려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정식 종목이 됐을 경우)붙잡힌 물고기는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물로 되돌아갈 것"임을 천명했다고 알려졌다.
낚시가 스포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낚시가 시간이 오래 걸려 지루한 데다 물고기가 잡히고 안 잡히고에 운이 많이 작용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특히 다른 생명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행위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낚시를 스포츠로 즐기려는 이들은 낚시가 근력, 지구력, 순발력, 유연성이 모두 필요하며, 숙련도와 기술 여하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기 때문에 스포츠로서의 속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한다. 또 국내외 많은 낚시대회가 정해진 규칙에 의해 공정하게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스포츠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구나 잡은 고기는 산 채로 되돌려 보낸다고 하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흥미로운 건 낚시가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비공식 종목이었지만 프랑스 등 6개국의 참여로 치러졌다는 사실이다. 이후 어떤 이유로 제외됐는지는 명확지 않으나 여하튼 낚시가 스포츠로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낚시를 스포츠로서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정부는 기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쳐 통합체육회를 설립하는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국민생활체육회 정회원 자격을 갖고 있던 낚시 부문이 통합체육회에선 준회원 자격으로 강등됐다. 낚시가 스포츠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낚시계는 안 그래도 불황인 데다 정부로부터 낚시가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 낚시계는 국제스포츠연맹의 낚시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요청 사실이 몹시도 반갑다. 한 낚시업자는 "크게 고무돼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정부도 낚시를 대하는 자세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겼다.
일이 잘 풀리면 올림픽 최초로 사격에서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 선수가 어쩌면 낚시로 메달을 따 올지도 모르겠다. 그의 낚시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kmy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