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규명 대신 정쟁으로 치닫는 '송민순 회고록'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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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진석(왼쪽)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의 '송민순 회고록'에 대한 발언 이후 여야의 '진실 공방전'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회고록에 대해 '개인 의견'을 전제로 "진실이 있다"고 말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이 원장의 발언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며 '진실게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새누리 "문재인 수용 결정" 맹공
이병호 국정원장 "진실" 가세
민주 "근거 없는 거짓 브리핑
교묘한 정치공작의 전형" 역공

여야 '진실게임' 갈수록 혼탁

새누리당 이완영 정보위 간사는 국감 브리핑에서 이 원장이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이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결정됐다는 송 전 장관이 회고록이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자고 결론을 냈느냐는 질문에도 이 원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간사는 "이 원장은 일관되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부연했다. 또 국민의당 이태규 간사는 "국정원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사견'을 전제로 했는지를 놓고 갈등을 겪던 여야는 결국 '거짓 브리핑' 공방전까지 벌였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김 전 원장이 북한에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기한 게 맞다고 대답했다는 이완영 간사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브리핑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원장의 발언이 갈등을 불러온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이 원장은 북한의 의견을 묻자는 김 전 국정원장의 제의를 문재인 비서실장이 수용해 결론을 내렸다고 확인했고, 기권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2007년 11월 20일이 맞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정보위 소속인 원유철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 이 원장 발언에 대한 진위 논란에 대해 "분명한 것은 수차례 질의응답 속에서 (이 원장이) 일관되게 '회고록에 관련된 것은 진실에 가깝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 상황과 관련, "또 전형적인 정치공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은 유도성 질문을 하고 국정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민감한 정치 현안에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며 "국정원장은 있는 비밀도 지키는 자리인데, 여당 의원들이 유도한다고 해서 사견을 피력하면 일반 국민은 뭔가 근거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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