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 휩쓸고 간 울산 태화시장] "힘들지예~" 한마디에 눈물 삼키고 물건 팝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일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이 지난 5일 태풍 차바 이후 보름 만에 다시 오일장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마수걸이하는 손님이 '많이 힘들지요'라고 묻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맺히더라고. 어찌나 고맙고 고마운지…."

제18호 태풍 '차바'로 극심한 물난리를 겪은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이 보름 만인 20일 다시 '오일장'을 열며 활기를 찾고 있다. 이날 오전 시장 곳곳에서는 생선과 과일, 채소가게 등 상가 200여 곳이 줄지어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느라 분주했다. 노점상 350여 곳도 좌판을 편 채 수마가 할퀸 상처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보름 만에 오일장 재개
곳곳 좌판 펴고 안부 물어
복구공사 한창, 일부만 영업
태풍 피해액 280억 원 추산


지난 5일 성인 가슴팍까지 차올랐던 흙탕물은 시나브로 빠져나가면서 상인들의 멍든 가슴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태풍에 구정물 범벅이 된 옷가지를 물 호스로 씻어내던 옷가게와 수해 복구에 흙탕물 가득 찬 장화를 내주던 신발가게도 사람 냄새 가득한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상인들은 20~30년간 얼굴을 맞대고 지내온 터여서 곳곳에서 안부를 묻고 위로의 말을 주고받았다. 50대의 한 채소 상인은 "고추 한 소쿠리가 얼마입니까"라는 말에 "1000원인데, 고추가 반들반들하지요. 오랜만에 손님 받는다고 좋은 놈들로 골라 왔다 아입니까?"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비닐봉지를 질끈 동여맸다.

"뻥이요~." 요란한 뻥튀기 기계가 "펑!" 소리와 함께 흰 연기를 피워 올리자 구경꾼 사이에서 누군가 "아따. 속이 다 시원하네. 나쁜 거 다 가져가뿌래이~" 라고 말하는 통에 상인들이 한바탕 웃었다.

문이 부서지고 온 가게가 물에 잠겼던 탕제원과 매운탕 집 등은 태풍이 남긴 생채기를 지우느라 복구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상가 벽에 페인트를 칠하던 한 상인은 "(공사가) 많이 남았습니까"라는 질문에 "쉬엄쉬엄하고 있습니다. 속상해도 이렇게 웃으면서 해야지 별수 있습니까?"라고 미소를 지었다.

박문점 태화종합시장 상인회장은 "아직 태풍 피해복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해 일부 상가만 운영하고 있다"며 "빠른 피해복구와 상인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 많은 분이 태화시장을 이용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태화종합시장은 이번 태풍으로 대부분 상가가 침수돼 피해액만 28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태화시장상인회는 다음 달 5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공단과 함께 상권 회복을 위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열 예정이다.

글·사진=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