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개봉 '두번째 스물'] 사랑 알게 됐지만 사랑 할 수 없는 나이, 不惑(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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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가정이 있는 중년 남녀. 이들은 서로에게 옛사랑이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둘은 우연히 만났다. 곧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또 마주치고, 그렇게 일주일간 예전의 아픔과 추억을 떠올리며 짧은 사랑을 나눈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박흥식 감독의 신작 '두 번째 스물'의 스토리다.

"20대 때는 사랑도 서투르다. 사랑을 제대로 알게 되는 40대. 그러나 이 나이는 사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극중 남녀는 젊은 시절 불같은 사랑을 했지만 사소한 마찰과 오해로 이별했다.

약 20년 뒤 나이가 들어 재회한 이들은 여행지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애틋한 사랑을 한다.여자주인공 민하(이태란)는 마흔 살, 남자주인공 민구(김승우)는 그 보다 여덟 살 더 많다. 공자가 마흔 살을 '불혹'이라고 한 이유는 그가 살던 시대의 평균 수명이 서른아홉이었기 때문. 극중 남녀는 불혹을 넘겼기에 어쩌면 더 이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민하 딸의 대사처럼 둘에게 불혹의 의미는 아마도 '불타는 유혹'쯤으로 해석된다. 딸이 엄마에게 굳이 불혹을 언급한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유혹을 받아들이라는 계시처럼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이국땅에서 옛사랑을 재회한 민하는 민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남편을 잃었고 딸이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라는 가정사를 차마 민구에게 말하지 못한다. 만약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민구가 가정을 버리고 자신에게 올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적지 않은 암시만 늘어놓을 뿐 민하는 끝내 민구에게 자신의 상황을 말하지 않는다.

20대에 사랑했다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난 둘은 그들의 마음 속에 여전히 식지 않는 애정이 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흘러 들어간다. 그런 삶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일 주일간의 사랑을 또 다시 옛 추억으로 묻어버려야 하는 걸까.

불륜은 충무로나 여의도에서 쓰는 단골소재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공항가는 길'에서 남녀의 불가피한 외도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 '두 번째 스물' 역시 중년의 사랑과 함께 불륜을 담아낸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밋밋한 마지막은 아무래도 진부하고 식상해 보인다. 신선한 결말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11월 3일 개봉.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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