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중심지 부산'] 부산 모르는 금융 수장이 금융중심지 만들 수 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문현금융단지 내 금융공공기관에 부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인사들이 잇달아 수장으로 선임돼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한국거래소 노조가 정찬우(오른쪽) 신임 이사장 출근을 저지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문현금융단지 내 금융공공기관 수장으로 비(非)부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낙점돼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10일 차기 사장 후보 공모를 시작해 18일 접수를 마감한 결과,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 3~4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사실상 문 전 실장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현금융단지 금융공기업
지역 출신 수장 한 명도 없어

캠코 사장 후보 공모 마감
문창용 전 실장 사실상 낙점
KRX 정찬우 이사장 이어
타지 출신이 '자리' 차지
예탁결제원 후보도 '非부산'


문 전 실장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끝으로 퇴임한 상태다. 문 전 실장은 관행대로라면 관세청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미 5월에 새 관세청장이 선임되면서 캠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 전 실장은 경기도 출신으로 서울 중동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84년 행시 28회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캠코 임원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거쳐 문 전 실장을 차기 사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며, 문 전 실장은 캠코 주주총회 의결과 금융위원회의 임명 제청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거래소(KRX) 신임 이사장으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선임됐다. 정 이사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 이사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노조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등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 이사장 역시 서울 출신으로 부산과는 인연이 깊지 않다.

다음 달 27일 임기가 끝나는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후임으로는 금융위원회 1급 관료들이 대거 후보로 올라 있다. 김용범 사무처장, 유광열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이다. 유 사장은 지난달 13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선임돼 다음 달 초순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 대외적 현안에 몰두하고 있는 임종룡 위원장과 정은보 부위원장을 대신해 금융위 내부 업무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유 원장과 이 위원장 한 명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 안팎의 분석이다.

유 원장의 경우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85년 행시 29회로 재정경제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병래 위원도 충남 서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89년 행시 32회로 재경부에 들어왔다.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한철 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사장의 연임 사례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김한철 이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줄곧 산업은행에 몸담으면서 부행장과 수석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내년 10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주택금융공사 김재천 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입행한 후 2012년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으로 옮겨오기까지 부총재보로 근무했다.

부산 정치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잇따라 비부산 출신 인사들이 금융공기관의 수장으로 선임되는 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해영(부산 연제·정무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캠코 사장으로 거론되는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은 조세 관련 업무를 전문으로 하던 인사인 만큼 캠코의 업무와 잘 맞는 인사인지 전문성에 대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확실히 육성하기 위해서는 캠코의 수장부터 부산에 정착하는 등 부산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부산에 대한 애정이 적은 인사들이 이전 금융공공기관의 수장이 되면 금융중심지 부산을 제대로 만들어가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한수·이정희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