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4. 스타벅스 부산대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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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감·여백미… 감성을 자극하다

주위의 번잡, 혼란스러움에 어떤 여백으로 존재하는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의 외부. 관계와 경험의 복원은 시도했다.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경쟁적인 도시 공간에서의 날카로운 시선들은 타인과의 경계심을 높인다. 언제 우리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던가.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에서 바깥과 안, 혹은 위층과 아래층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눈맞춤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으며 묘한 공감대마저 형성시킨다.

저층부 필로티 만들어
젊은 대학생 감성 충족

유리보다 벽 더 많이 사용
외부보다 내부에 초점
'관계 복원' 의도 드러내

물 흐르듯 올라가는 계단
고객 움직이게 하는 효과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을 설계한 부산 남동건축사사무소 김두환 소장의 편안하면서도 세심한 공간 연출 덕택이다. 이 건축물은 내부와 외부, 층과 층 간의 벽을 없애며 열린 구조를 택했다.

김 건축가는 절제된 창과 개방 공간을 통해 내부 이야기를 바깥에 들려준다. 그러고는 바깥의 사연을 안으로 흘러오게 한다.

대개 상업공간 저층부는 임대수익이 높은 곳이어서 공간을 비워두지 않지만, 여기서는 1층 아랫부분을 필로티와 개방공간으로 열어 놓았다.

대량 커뮤니케이션 시대, "나는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감싸 안고 건축물을 열어놓음으로써 젊은 대학생들의 공간 감성을 충족시켜 주었다.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은 도시철도 부산대역 3번 출구에서 부산대로 향하는 상가 입구에 있다. 주변 상가는 시장도 아닌, 정돈된 패션몰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혼란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혼란스러움 속에서 여백처럼 존재하는 게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이다. 원래는 단독주택과 상업시설로 둘러싸인 후미진 곳이었다. 하지만 김 건축가는 40평 남짓한 공간을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여백의 장소로 바꾸어 놓았다.

김 씨는 "1층에서 3층까지 물 흐르듯 올라가는 계단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따라 고객들을 빙글빙글 움직이게 해 어떤 이야기들을 생성하고 싶었다"라며 "아파트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실내 계단을 오르는 것을 학생들이 의외로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김 건축가는 관계에 대한 분절과 파괴보다는 관계의 복원을 의도했다. 두 사람만의 은밀한 공간일 수도 있겠지만, 낯선 타인들의 내면 이야기들도 발화되며 귀 기울여진다. 

스타벅스 부산대역점의 내부
전반적으로 심플하며 유리보다 벽을 더 많이 사용한 구조다. 바깥 조망을 위해 외부로 향하는 일반적인 커피숍 설계와는 달리, 이 건축물은 내부로 향하는 콘셉트를 정했다.

층층이 다른 느낌을 주면서 작은 건축물이지만 안에는 개방적인 공간들이 펼쳐져 있다. 2층은 평면적 공간, 3층과 4층은 오픈공간, 옥상층은 옥상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3, 4층 오픈공간은 옥상에 설치한 옆 창을 통해 은은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게 배려했다.

김 건축가는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며 "건축가의 설계 의도와 땅을 잘 살려주는 건축주여서 작업이 한결 편했다"고 덧붙인다.

자본의 논리에 추동되는 '지금, 여기'는 특징 없는 상업건축물들이 말 그대로 범람하고 있다.

김 건축가의 '기술'이 아니라, 건축을 바라보는 어떤 열린 '태도'나 '자세'가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거리에 여백의 쉼표를 찍었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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