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디자인페스티벌 다시 보기] 일상을 파고든 비일상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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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DESIGN FESTIVAL

김충재 작가의 '무심한듯 다정한 연인을 위한' 의자.

지난 12~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년 부산디자인페스티벌(BDF)은 올해로 15회를 맞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달리 겨우 2회째였다. 하지만 '작아서 묻힐 뻔'한 디자인 소품, 핸드메이드 공예품, 패션 소품 등 다양한 생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지역 디자이너에게 용기를 주었다. 동시에 '디자인'이 살아 있는 부산의 남다른 공간을 발굴해서 알린다는 측면에서도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관람객과 참여 신예 디자이너는 전문 디자이너의 '셀프 브랜딩' 전시와 '디자이너스 초이스(Designer's Choice)' 등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서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 정보와 영감을 얻어 가기도 했다. 전시는 끝났지만 신문 지면을 통해 부산디자인페스티벌 다시 보기를 해 본다.

■생활 디자인에 많은 관심 보인 부산 시민

BDF가 열린 나흘간 전시장을 찾은 인원은 4만 2000여 명. 지난해 첫 행사 때보다 전시 일정은 하루 줄었지만 평일 관람객 수가 늘면서 관람객은 2000여 명 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산 경남 브랜드의 참가가 지난해 15% 수준에서 올해는 20%포인트 증가한 35%에 달해 관람객 이상으로 관심과 참여도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BDF 장외 전시(10월 1~15일)이자 별도 책자로도 발간된 부산의 다채로운 디자인 명소를 소개한 '부산디자인스팟'만 해도 지난해는 5000부를 발간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4배나 많은 2만 부를 찍어서 배포할 만큼 인기 상승 중이다.

BDF를 주최한 ㈜디자인하우스 전시사업부 구진회 팀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부산 디자이너이너들의 관심과 참여가 많이 늘었다"면서 "특히 베이커리나 커피, 맥주 등 즐기고 먹고 마시는 브랜드들의 철학이 뚜렷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플리마켓 '움'을 이끌고 BDF에 참가한 손지민 대표는 "부산 디자이너 또는 부산 출신 작가가 BDF 메인을 장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판매와 소비가 주류를 이루는 소비적인 박람회가 아니어서 부산의 많은 신인 작가를 소개하고, 부산의 디자인 브랜드 또한 프로모션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2016 BDF 총괄 디렉터인 디자인하우스 신승원 상무는 "뛰어난 엔터테이닝 디자인 역량을 가진 부산의 디자이너와 부산 시민의 생활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부산의 색을 담은 차별화된 생활 디자인 콘텐츠를 발굴해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내 집을 호텔 룸처럼 꾸민 리빙 공간 트렌드

BDF의 하이라이트 전시라고도 할 수 있는 '디자이너스 초이스'는 4팀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을 통한 공간 솔루션을 제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테마형 디자인 호텔을 모티프로 다이닝룸, 침실, 욕실/드레스룸, 테라스/리빙룸 등 각기 다른 4가지 스타일의 신개념 주거 트렌드를 선보였다. '내 집을 호텔 룸처럼'이라는 주제로 일상 속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라이프 공간을 디자인함으로써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공유한 것이다.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가 선보인 오리엔탈 풍의 호텔 침실 '夢(꿈)'.
오리엔탈 풍 호텔의 침실을 선보인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본디자인 대표)의 '夢(꿈)'은 몽환적인 느낌을 이미지화한 공간을 보여 주고자 백자와 청화백자 그리고 종이를 활용한 대나무와 구름을 공간에 적용했다. 방갈로 리조트의 테라스와 리빙룸 '어반 이그조틱(Urban exotic)'을 선보인 최중호(최중호 스튜디오 대표) 산업 디자이너와 박지선·신수정(스타일지음 대표) 플로리스트는 안락한 소파 중심의 가구 구성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 실외 요소인 넝쿨 식물과 바 체어(Bar chair), 바 테이블을 배치해 공간을 구분했다. 김상윤(리슨커뮤니케이션 대표) 공간 디자이너의 전통가옥 호텔의 다이닝룸 '오래된 미래'는 드라마틱한 풍경 속에서 즐기는 최고의 만찬을 콘셉트로 집안에서도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곳에 다이닝 공간을 둘 것을 언급했다. 욕실과 드레스룸을 담당한 신용환(노르딕브로스 디자인커뮤니티 대표) 공간 디자이너는 '원더 월(Wonder Wall)'이라는 작품에서 호텔의 계단을 형상화해 익숙하지 않은 레이아웃으로 새로운 일상의 욕실과 드레스룸으로 공간을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새 트렌드를 엿본 '디자이너 프로모션'

'디자이너 초이스' 외에도 이번 BDF 기획전 중에서 관람객뿐 아니라 부산의 신예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디자이너 프로모션'. 아무래도 올해의 BDF 주제인 '디자인 큐레이션'과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큐레이션이란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방점을 둔 BDF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가구, 제품, 공예, 그래픽, 패션, IoT(사물인터넷)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 35명과 영 디자이너 10명 등 45명이 '셀프 브랜딩' 전시로 각각의 부스를 꾸려서 관람객을 맞았다.

최근 아주 힙(hip·최신 유행이나 세상 물정에 밝은)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비주얼 토털 아티스트 이치로씨(275c)의 아트워크 작품과 전개 중인 프로젝트, 브랜드 상품군을 모은 '275c 부티크', 공예의 미학과 디자인의 실용성을 두루 갖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송범기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 '브레이크타임 키트', 다양한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감성 디자인 스튜디오 '비믹스'의 김승욱 디자이너와 기하학적인 형태에 대한 탐구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구와 오브제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김충재 디자이너 등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했다.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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