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한국면진제진협회 회장 "집 고를 땐 벽 두께 등 내진 요건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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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구조의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 노후화된 시멘트 벽돌조 및 블록조의 건축물에 대한 방재 대책이 시급합니다."

오는 25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2016 경주지진으로 살펴본 한반도의 현 상황과 지진 대책 세미나'에서 '경주 지진 특성 및 부산시 지진 방재 대책' 등을 발표하는 오상훈(부산대 건설융합학부 교수) ㈔한국면진제진협회 회장.

25일 '지진 대책 세미나' 개최
필로티 공동주택 방재책 촉구
"부산 인근 단층 지진 대비를"


최근 세미나를 준비 중인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오 회장은 "경주 지진처럼 부산 인근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산복도로 등에 있는 시멘트 벽돌집이나 블록집 가운데 노후화된 건물, 그리고 주차면적 확보 때문에 지은 필로티 구조의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이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이에 대한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진파에는 저주파와 고주파 등의 수만~수십만 개 파가 섞여 있습니다. 지진파의 주기 성분이 건물 고유 진동주기와 맞아떨어지면 응답 특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부산 인근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저층 구조물이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외국 사례를 보면 피해의 90% 이상이 3층 이하 건물이며, 초고층 건물은 흔들리기는 하지만 영향은 적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도 부산과 가까운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장주기 성분의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연약 지반에 있는 초고층 건물은 2~3배 증폭된 장주기 성분의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도 인근 센다이는 지진보다 해일로 피해를 봤지만 여기서 400㎞나 떨어진 도쿄만 매립지 초고층 건물은 천장 석고보드나 설비배관, 내외장재의 피해가 컸고,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기도 했다"며 "부산은 인근 단층 지진과 일본 지진 두 가지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이번 경주 지진은 정말 천운이었다"며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비슷한 규모의 지진에 비해 피해가 작았는데 지진 발생 지역 암반 특성이 달랐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부산시민 대부분이 지진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데 그 실체를 알면 두려움만의 대상은 아니다"며 "지진에 의해 건물에 들어오는 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환산하면 건물 전체가 0,5~1cm 높이에서 떨어지는 정도로 기존 내진, 면진, 제진기술로 그 에너지만 풀어주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설계비는 평당 1000원 정도, 30평대 아파트 채당 5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금액으로 구조설계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일본은 분양 전략의 일환으로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집을 고를 때 주방이나 화장실 등 실내장식보다 벽·슬래브 두께, 나아가 내진설계가 제대로 주택설계에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동천고를 졸업한 후 한양대 건축공학과 학사·석사, 일본 도쿄대에서 석·박사를 거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8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3월부터 한국면진제진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글·사진=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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