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던 해변이 쓰레기로 뒤덮여 마음 아팠어요"
입력 : 2016-10-16 23:03:48 수정 : 2016-10-18 11:38:09
지난 13일 기장군 기장읍 부산국제외국인학교 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는 디애나 루퍼트(38) 씨와 작은딸 스텔라(5), 큰딸 피오나(11) 양. 수영구청 제공 지난 5일 오후 제18호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광안리 해변은 온갖 쓰레기로 엉망진창이었다.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던 이 날, 외국인 3명이 갈퀴로 해변 곳곳을 청소하는 모습이 시민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SNS를 통해 '광안리 외국인 세 모녀'로 유명해졌고, 이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한국인들에게 큰 감동과 반향을 일으켰다.
태풍 피해 광안리 청소
외국인 루퍼트 씨 세 모녀
'자랑스러운 주민상' 수상
16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이 사진의 주인공들은 수영구 민락동에 사는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 씨와 두 딸 피오나(11), 스텔라(5) 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인 루퍼트 씨는 기장군에 있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 교사로 임용되면서 7년 전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오후 비바람이 멎은 뒤 광안리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쓰레기로 가득 찬 백사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큰딸인 피오나 양이 함께 청소하자고 제안했고, 작은딸 스텔라 양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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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태풍으로 엉망이 된 광안리 해변을 치우고 있는 루퍼트 씨 모녀의 모습. 인터넷 캡처 |
루퍼트 씨는 집에서 장화와 고무장갑 따위를 챙겨온 뒤 인근 철물점에 들러 갈퀴를 샀다. 스텔라 양은 평소 백사장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 삽과 플라스틱 바구니를 챙겼다.
태풍이 지나간 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날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광안리 백사장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쓸어담았다.
피오나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해양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배웠는데, 그 생각이 나서 어머니께 청소를 제안했다"며 "자주 산책을 나가던 광안리 해변이 쓰레기로 오염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루퍼트 씨는 "며칠 뒤 딸 친구가 페이스북에 우리 세 모녀의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말해줘서 우리가 유명해진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연한 일을 한 것인데 쑥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구청은 태풍이 휩쓴 광안리 해수욕장을 청소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루퍼트 씨 모녀에게 '자랑스러운 외국주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1년에 한 번 구청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구민상'과 비슷한 것이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수영구 망미동 수미초등학교에서 열리는 '2016년 수영구민체육대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