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관광버스 화재 원인은?] 비상구 없는 버스·갓길 없는 고속도로 참사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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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록 하행선 언양분기점 앞 관광버스 사고 현장에서 지난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고속도로의 구조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busan.com 13, 14일 보도)로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비상구 없는 고속버스의 구조, 확장 공사로 갓길이 사라진 고속도로 안전시설 미비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관광버스는 언양분기점 500m 앞 지점에서 2차로로 차로를 바꾼 뒤 공사 현장을 따라 설치된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화재가 발생했다. 출입구가 방호벽에 막혀 승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탑승자 20명 중 10명이 희생됐다.

법 예외 규정상 비상구 생략
구비된 비상 망치 무용지물
확장공사로 갓길·노폭 좁아
방호벽 들이받고 20명 사상

현재 사고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사고 버스에 별도 비상구가 있었더라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버스 등 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좌측면 뒤쪽이나 뒷면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 규정이 있다. 총면적 2㎡ 이상, 최소 너비 50㎝ 이상, 높이 70㎝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설치돼 있다면 별도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버스 제조사들은 별도 비상구를 만들지 않고, 예외 규정에 나와 있는 창문 1~2개만 만들어 이를 대신하고 있다.

버스에는 비상시 강화유리를 깰 수 있는 비상 망치를 앞쪽과 뒤쪽에 각 2개씩 모두 4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화재나 연기 등으로 분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쉽게 비상 망치를 찾을 수 없다.

또 확장 공사로 고속도로 갓길이 거의 없어진 점도 인명피해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0년부터 8200억 원을 들여 울산∼영천 구간을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 중이다. 공사 편의를 위해 2m 이상의 갓길은 60㎝ 이내로 좁아졌고, 갓길엔 1.5m 높이의 콘크리트 방호벽이 세워졌다. 도로 너비도 평균 10㎝ 이상 좁아졌다. 이 때문에 대형 버스나 트럭이 함께 편도 2차로를 달리면 사이드미러가 부딪칠 정도로 노폭이 좁다. 노면 역시 울퉁불퉁해 차로를 살짝만 벗어나도 방호벽에 충돌할 위험이 높다.

실제로 사고 장면을 담은 CCTV를 보면 버스는 사고 지점 앞에서 대형 버스 사이 2차로로 끼어들다 중심을 잃었다. 앞부분이 방호벽에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었고, 화염에 휩싸였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차량 내 비상망치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비상시 탈출이 쉽도록 비상 해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태권·권승혁·황상욱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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