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작당모의를 하다] 살 곳·일할 곳 없는 현실 대변할 '청년 정치인'이 필요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민의 정책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듣고 상담하는 새로운 형태의 박람회인 제1회 부산정책박람회가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다솜마당에서 열려 청년문제토론회인 청년오픈테이블 '작당모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청년들의 '작당모의'에 살짝 숟가락을 얹었다. 청년을 위해 만들었다는 '청년 정책'에 정작 청년은 왜 배제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청년 정책 오픈 테이블에서다. 취재진을 '투명 인간' 취급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진짜 청년의 속마음을 들었다. 대한민국 청년에게는 살 곳, 일할 곳, 목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가장 해결이 시급한 '살 곳'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안 회의실. 부산시가 주최하고 청년 단체 '청춘멘토', '부산청년유니온'이 주관한 2016 부산정책박람회 청년 정책 오픈 테이블 '작당모의'에 청년 40여 명이 둘러앉았다. 취업준비, 여성, 아르바이트, 사회초년생 등 5가지 그룹으로 나눠 앉은 청년들은 먼저 주제별로 필요한 청년 정책을 토론했다. 이후 테이블을 바꿔 생각을 공유하고 마지막에 테이블별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년 40여 명 테이블 둘러앉아
주거·취업 등 진솔하게 토론

"셰어하우스 부산 전 지역 확대
최저 스펙제 도입해 경쟁 줄이고
남녀 간 직업 차별 해소해야"


토론 결과 압도적인 표를 받은 부문은 주거 문제 해결이었다. 높은 주거비용으로 청년의 독립이 늦어지고, 독립한다 해도 반지하, 옥탑방을 전전해야 하거나 제대로 된 신혼집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됐다. 발표에 나선 한 청년은 "따지고 보면 집이 제일 문제다. 부산시에서 낡은 주택을 고쳐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 분양하는 '햇살둥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보급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영도에서 청년 주거를 실험 중인 '심오한집' 엄창환 대표는 "구도심에 빈집이 많은데 2년 이상 집 주인이 안 나타나는 집의 경우 법적으로 지자체에서 매입할 방법이 없어서 곤란한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전했다.

토론에 앞서 부산청년유니온이 실시한 사전 인터뷰에서 한 대학원생(28)은 "부산시가 공동가구 주택 형식으로 청년들이 공동 주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처럼 대학가 중심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부산 전역을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었다.

'소셜 부동산'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청년도 있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마찰이 생겼을 때 소통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처음 독립하는 청년이 집을 구할 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제안했다.

■'최저스펙제'로 소모적 경쟁 막자

'살 곳'만큼 지금 부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일할 곳'이었다. 박경민 씨는 "'최저 스펙제'는 스펙의 최소한 기준만 갖추면 취업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기업이 참신한 도전 정신을 가진 직원을 원한다면 쓸모없는 스펙 경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년은 "최저시급은 있는데 왜 최저스펙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수도권과 지역의 청년 취업 격차는 여전히 크다.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을 사랑하고 부산에서 살고 싶은데 일자리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 테이블에서는 부산시가 취업준비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 성남시의 청년배당제처럼 부산하면 떠오르는 청년 정책을 만들자는 거다.

청년에 대한 선도적인 문화 지원 정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청년도 많았다. 외국의 경우 청년이 성장해 미래 문화 소비의 주체가 된다는 생각에 파격적인 전시·공연 할인과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데 부산시를 포함한 한국의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청년은 "'청년바우처'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이 제도를 통해 청년이 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면 지역 문화가 살아나 선순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 테이블에 앉은 청년이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저스펙제, 수요자 중심의 청년 정책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청춘멘토 제공
■부산에도 필요한 '청년 정치인'의 힘

부산 기초자치단체장의 평균 나이는 65.6세로 전국 최고령이다. 시의회나 구의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을 대변하는 기초단체장이 중·노년층이다 보니 청년의 생각을 반영하는 정책이 잘 나오지 않는다.

'청년몰' 등 청년 공간을 만들어 유명한 전주시의 경우 청년 시의원이 활약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그룹에 속한 청년들은 "부산도 청년 정책을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청년 정책을 꾸준히 제안하고 청년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의원이 있는 전주가 부러울 정도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시 서난의 시의원은 '전주시 청년희망도시 구축을 위한 조례'를 대표 발의하는 등 청년 시의원으로서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남녀 간 임금 격차나 여성 경력 단절, 직업에서 남녀 차별 문제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이어졌다. '여성' 테이블에서 30대라고 밝힌 차진호 씨는 "남자 의사한테 남의사라고 하지 않으면서 여의사, 여교사, 여기자처럼 직업에 성별을 붙는 통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법적으로 남녀 모두 육아 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비정규직도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데 차별이 없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작당모의'를 공동 기획한 '부산청년유니온' 전익진 위원장은 "정책 토론 전 50명 가까운 청년을 인터뷰해 보니 청년의 고민을 부산시에서 들어주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청년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산시에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