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선상 갈치 낚시] 챔질하면 '토도독'… 어느새 쿨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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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과 진해 등 남해안 먼바다에선 갈치 낚시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부산 사는 손영철(왼쪽 사진) 씨, 김해 사는 서윤성 씨 등 출조한 꾼들마다 각자 쿨러에 갈치를 가득 채우고 돌아왔다. 김해낚시 제공

한자로는 도어(刀魚)라고 한다. 영어로는 'Cutlassfish'란다. '刀'는 칼이고, 'cutlass'도 칼을 일컬음이다. 그런데도 칼치는 틀렸고 갈치가 옳다고 하니, 얄궂다. 도대체가 '갈치'의 말 뿌리가 어디인가? 과문한 것인가? 각설하고…, 요즘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 바다에 온통 칼치, 아니 갈치가 천지라고 한다.

바다는 지금 갈치밭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혹서니 폭염이니 하는 단어가 연일 신문 지면을 채웠다. 공기가 뜨거운데 바닷물이라고 덥지 않을 리 없다. 여름내 이어진 더위로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의 표층 수온도 30도 가까이 오르는 날이 많았다. 갈치는 열대의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의 수온이 높으면 갈치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 되는 것이다.

거제 홍도 인근 해상서 닻 내리고
채비 내리니 한꺼번에 네 마리
초릿대 까딱일 때마다 갈치 '쑥쑥'

이달 절정… 연말까지 호황 국면
손바닥만 한 씨알 굵은 놈 많아
부산 안경섬, 진해 바다도 포인트


갈치는 멸치 먹기를 좋아한다. 갈치가 멸치를 잡아먹을 때면, 표층에 떠다니는 멸치 떼 아래에 '칼'같이 몸을 곧추세워서 낚아채듯 잡아먹는다. 그런데 이즈음 부산 근교 앞바다에 멸치가 또 호황이다. 갈치 낚시가 흥성하지 않을 수 없다.

갈치 호황은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왔다. 예년엔 9월 중순이 지나야 비로소 바다가 갈치 밭이 된다고 했는데, 올해 호황의 조짐은 이미 8월 말께부터 보였다. 씨알도 굵은 놈이 많아 4지(四指·손가락 네 개 정도의 폭) 전후의 것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 앞바다의 경우는 안경섬 주변 해상이 주요 포인트로 꼽힌다. 난류의 영향을 1년 내내 받는데다 멸치 떼 등 먹잇감도 자주 지나는 길목이어서 갈치들이 잘 모여든다. 꾼들은 12월 중순까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근해 갈치 배낚시 특구'라 불릴 만큼 갈치 낚시가 흥성하고 있는 진해의 바다는 더하다. 매일 밤 수십 척에 이르는 낚싯배들이 집어등을 환히 밝히고 있다.

이 밖에 통영 먼바다에 갈치 낚시를 나간 꾼들도 요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멀리 목포 앞바다도 씨알과 마릿수에서 모두 예년의 조황을 압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용 장비와 채비는 필수

가까운 곳이 아니고 제법 먼바다로 나가 갈치 낚시를 하려면 전용 장비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낚시하기 편하고 조과도 월등하다.

낚싯대는 허릿심이 강한 갈치 전용 외줄 낚싯대가 좋다. 굵은 씨알이 여러 마리 걸려도 거뜬히 낚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길이는 3.5m 내외의 것. 낚싯줄은 원줄의 경우 합사 6~8호, 추는 200호쯤이 좋다.

전동릴도 꼭 있어야 한다. 갈치 배낚시는 보통 수심이 70~100m 깊은 곳을 공략하고, 낮다고 해도 40~60m쯤이어야 하기 때문에 수동 릴을 쓰면 힘에 부쳐 얼마 버티지 못한다. 더구나 한 번 나가면 반나절 이상 꼼짝없이 배 안에서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그래서 전동릴은 가능한 한 챙겨야 한다.

조과 욕심이 난다면 갈치 전용 채비를 쓰는 게 유리하다. 바늘이 10여 개 달려 한 번에 여러 마리씩 낚을 수 있어 유리하다. 또 밤에 낚시를 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빛을 내 갈치를 유혹할 수중집어등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밖에 미끼는 보통 냉동 꽁치를 쓴다. 냉동 꽁치는 잘 드는 칼로 깔끔하게 토막 내야 갈치가 잘 문다.

■조과는 걱정 말라

낚싯배 비타민호가 멈춘 곳은 거제 홍도를 지나 대마도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간 해상이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 안골물양장 포구를 출발한 지 세 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 30분.

해는 이미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았고, 어둠이 급속히 짙어지고 있었다. 비타민호는 안골물양장 '김해낚시'(010-4519-2465)가 운영하는 낚싯배. 문병철(45) 선장은 낚싯배 운영 경력이 2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날씨가 우중충해 갈치가 잡히지 않을까 우려됐는데, 문 선장은 "태풍 차바 이후 이틀 정도 씨알급은 올라왔지만 마릿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바다가 안정되면서 매번 쿨러(냉장상자)를 가득 채우고 온다"고 말했다. 조과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채비를 준비하는 이는 17명. 드문드문 초보 티를 숨기지 못하는 이도 끼었다. 이들을 위해 비타민호는 선비(16만 원)에 미끼(냉동 꽁치), 채비 한 세트, 추의 비용까지 포함시켰다. 전동릴은 별도로 2만 원을 받고 대여해 준다.

갈치회무침 또는 어묵탕으로 저녁 식사도 제공한다. 갈치 배낚시는 자리다툼이 심한데, 문 선장은 아예 출항 전에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해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쿨러에 갈치를 가득 채운 모습
■10월 말까지 호황 전망

기상예보보다 바람과 너울이 높아 낚시하기가 힘겨웠다. 하지만 어쩔 것이랴, 갈치만 많이 잡히길 기도할밖에. 문 선장은 갈치 배낚시의 요령을 일러줬다.

채비를 내릴 때는 먼저 봉돌을 물밑으로 가라앉히고 이어 바늘을 차례로 풀어준다. 채비가 일직선이 되면 그때부터 전동릴을 조작해 공략 수심까지 가라앉힌다. 그래야 채비 엉킴이 적기 때문이다. 낚싯대 끝에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오고 초릿대가 까딱거리면 입질을 받은 것이다. 이때 섣불리 채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갈치는 먹이를 조금씩 쪼아 먹지 한 번에 바늘까지 삼키지 않는다. 초릿대가 까딱거릴 때마다 릴을 한 바퀴씩 감는 요령으로 채비를 올리다 낚싯대가 아래로 강하게 처박힐 때 살짝 채면 효과적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쉽게 낚아 올렸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네 마리가 한꺼번에 잡혀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씨알도 3~4지의 것들. 시장에서 사면 못 해도 1만 원은 훌쩍 넘기는 놈들이다.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문 선장은 "최근 수심 45~55m에서 갈치 입질이 좋다"며 "평균 3지급이 올라오며 4~6지급도 종종 보인다. 일주일 전만 해도 씨알이 작았는데 갈수록 씨알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자 간혹 삼치가 걸려 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로 이날은 별다른 잡어 없이 갈치가 주종을 이루었다. 자정을 넘겨서도 입질은 끊이지 않았다. 오전 2시쯤 되니 벌써 목표량을 달성하고 채비를 접는 꾼도 있었다. 새벽녘으로 접어들면서 입질이 끊어졌지만, 이때쯤에는 대부분 쿨러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쿨러를 한데 모아보니 장관이었다. 못해도 각자 20~30마리는 거뜬히 낚은 셈. 이 많은 걸 어떻게 처리하나, 싶을 정도였다.

동이 틀 무렵이 되자 서서히 귀환 준비를 했다. 안골물양장 포구로 돌아온 게 오전 8시가 가까웠다. 15시간 이상 파도에 흔들리는 배 안에 있어 피곤할 만도 한데, 모두들 표정이 밝았다. 출조 비용은 뽑고도 남을 만큼 손맛을 제대로 본 덕분이었다. 문 선장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요즘은 맞는 조건을 따지지 말고 날씨가 좋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나가는 게 좋습니다. 그만큼 올해는 남해안 전역에서 갈치가 많이 나옵니다. 아마 10월 말까지는 절정을 이룰 겁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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