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 휴머니티 콘테스트] '내면의 아름다움' 고민하는 이색 축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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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영산대 해운대캠퍼스에서 지난 6일 열린 '영산 휴머니티 콘테스트'에서 공연을 마친 학생들이 무대에서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영산대 제공

"뚜…뚜…뚜…."

간호사가 급히 심폐소생술에 나섰지만 끝내 환자의 심장박동이 멈춘다. 환자 가족뿐 아니라 간호사들 모두 한 생명의 죽음에 슬픔을 토한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는 '생애 마지막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자막이 나오고 환자와 간호사들 모두 일어나 수화공연을 펼친다.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
외모지상주의 꼬집는 뮤지컬
취업준비생들의 아픔 위로

간호학과 학생들은 연극으로
'투철한 봉사' 직업윤리 다짐


지난 6일 오후 5시 영산대 축제인 '2016 흥미(興美) 대동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해운대캠퍼스 잔디구장 특설무대. 유명 가수 공연과 최신 음악으로 물든 대학 축제의 모습을 탈피한 이색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축제에는 영산대와 총학생회 공동 주관의 '영산 휴머니티 콘테스트'가 열렸다. '깊은 아름다움'이란 주제의 이 행사에는 취업, 외모 등 표면적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고민하고 찾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취업난 속 치열한 경쟁으로 본연의 자세를 잊은 채 살아가는 대학생들을 위해 인성, 직업윤리 등을 다시 되새기도록 돕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사회가 강요하는 '미(美)'에 반기

콘테스트 참여 학생들은 이날 무대 위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맘껏 표현했다. 특히 '외모' '돈' '권력' 등 사회가 규정한 '멋'과 '미'의 기준을 비판하며 인성 등으로 대표되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섰다.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TATOO(타투)' 팀은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국내 취업 시장을 겨냥해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외모로 인해 취업에 매번 실패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아픔을 뮤지컬 형식으로 표현했다. 5분가량의 공연에는 한 학생이 면접관으로부터 외모 지적을 받고 절망에 빠지자 다른 친구들이 와서 새로운 옷을 디자인해주는 내용이 그려졌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뚱뚱하다고 키 작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후 학생들의 패션쇼가 진행된 뒤 공연은 마무리됐다.

사이버경찰학과 '해킹의 美' 팀은 권력, 돈에 대한 욕심의 허망함을 연극으로 보여줬다. 극 중 동생의 만류에도 10억 원을 받는 대가로 부당한 해킹을 감행한 주인공이 결국 칼에 찔려 숨지는 내용을 그렸다. 이들은 욕심을 비우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임을 강조했다.

임명류(여·패션디자인학과 2년) 씨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거듭된 생각과 토론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학과별 특성과 비전 담아

이날 공연에서는 각 학과가 추구하는 직업 윤리와 특성, 비전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취업에 대한 목마름으로 학과 본연의 사회적 역할, 기능 등을 잊은 채 살아가는 학생들을 깨우치기에 충분했다.

간호학과 'NUR(널) 사랑하겠어' 팀은 죽음에 직면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최고의 간호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공연을 통해 보여줬다.

이와 함께 의료경영학과 '의경게이츠' 팀은 차별 없이 치료받는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서 쫓겨나는 환자를 의료경영학과 출신의 병원 복지팀 직원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연극을 기획했다.

이밖에도 법률학과 '네버엔딩스토리' 팀은 과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통해 법치국가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공연을, 한국식품조리학과 'Challenge(챌린지)' 팀은 주걱과 도마 등을 이용한 난타공연을 마련해 학과의 특성을 드러냈다.

이날 공연은 영산대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다른 학과 공연에 호기심을 갖고 집중했으며 공연이 끝난 뒤에는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에도 슬픈 내용의 연극이 나올 때는 숨죽인 채 공연을 지켜봤다. 특히 콘테스트 참여 학생들은 자신의 팀이 아닌 다른 학과 팀의 공연도 적극 지원하며 협업 무대를 꾸렸다. 미용예술학과 학생들은 헤어, 메이크업, 네일아트를 지원하고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의상에 대해 조언했다. 또 연기뮤지컬전공 , 항공관광학과 학생들은 공연자들에게 각각 연기와 무대매너를 알려줬다.

■"대학의 본질을 돌아보자"

행사를 총괄한 김용호 창조문화대학장은 "학생들이 지식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에서 외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학업에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영산 휴머니티 콘테스트는 극심한 취업난 속 '취업 사관학교'로 비판받아 온 대학이 본연의 모습을 찾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취업, 스펙 경쟁 속에서 외면받아 온 인성, 꿈, 도전 등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도록 하는 자리였다. 다소 지루해 보일 것 같았던 학구적인 행사였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날 마지막 공연인 호텔경영학과 '두드림조' 팀이 마련한 '꿈꾸며 도전하는 것이 가장 깊은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의 '치어리딩'은 학생들의 반응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가수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노래의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번 질러봐"라는 가사에 맞춘 치어리딩에 무대를 보던 학생들 하나둘씩 춤을 따라 했다.

이날 축제에 참여한 동의대 한 학생은 "취업 준비에 지쳐 있었는데 공연을 보며 다시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은 것 같다"면서 "대학생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던 뜻깊은 행사였다"고 밝혔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학생들이 자기 내면의 깊은 아름다움을 찾아내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적극 지원했다"면서 "대학과 대학생의 본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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