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눈치 안 보고 '커담'(커피+담배) 즐기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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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부산 첫 '흡연카페'에서 두 남성이 커피와 담배를 함께 즐기고 있다. 이 카페는 자판기 영업으로 허가를 받아 실내 흡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김경현 기자 view@

아늑한 카페 소파에 앉아 갓 볶은 커피를 마시며 태우는 담배 한 개비. 애연가들은 카페에서 즐겼던 '커담(커피+담배)'의 여유를 잊지 못한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커피전문점 등 테이블을 갖춘 실내 공간에선 흡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일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런 흡연자들이 염원을 풀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 지난달 3일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인근에 문을 연 흡연카페 '스모킹 버블'이다. 서울, 경기 등 국내 20여 곳의 흡연카페가 현재 영업 중이지만, 부산에서는 첫 흡연카페다.

대연동에 부산 첫 흡연카페
식품자동판매기영업 허가
실내 금연 비웃는 편법 지적


6일 오후, 40개가 넘는 테이블과 100개 남짓한 좌석을 갖춰 여느 카페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배 연기를 마구 뿜어댔다. 테이블마다 재떨이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곳은 외관만 일반 카페와 같을 뿐 영업형태가 전혀 다르다.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해야 하는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흡연카페는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구청 허가를 받아 금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손님들은 카페에 마련된 3대의 커피머신을 통해 여러 커피(4000~6000원)를 즐긴다. 과일 시럽을 섞어 입맛에 맞는 에이드 음료를 만들어 먹는 손님도 적지 않다. 종업원들은 제조와 서빙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계산만 한다.

흡연카페를 찾은 시민 김진수(37) 씨는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앉아서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어서 매일 이 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흡연카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경성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44) 씨는 "입법 취지를 비웃는 편법이다"며 "누가 봐도 일반적인 카페인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스모킹 버블 이차진 대표는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에 편법 논란은 가당치 않다"며 "흡연자들의 수요를 예측한 창업 아이템으로, 현재 서면과 해운대, 남포동 등지에서 가맹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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