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을 응원합니다] 12. 더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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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던 '나무 관리 사업' ICT(정보통신기술) 접목해 수익성 찾았죠

'더웰'의 김동조 대표가 무선통신 기능을 응용한 이름표 형태의 수목 관리 장치인 유태그를 소개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큰 기업'이 되려면 직원이나 주주의 이익은 물론 사회 전체의 이익과 가치도 함께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성과 사업성은 시소의 양 끝처럼 서로 반대로 움직이기 일쑤다. 부산의 IT 업체 '더웰(THE WELL)'도 공공성과 사업성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지난한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더웰은 나무와 숲 관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아이디어 사업화로 주목받는 4년 차 스타트업이다.

교재·숲 지도 제작 앱
학생·교육기관 호응에도
수익으로는 연결 안 돼

원격 수목관리 '유태그'
연동 앱 '토리넷' 출시로
동래원예고·인삼조합 등
잇단 납품 의뢰…도약 발판

이 회사 김동조(40) 대표의 이력과 창업 동기는 독특한 데가 있다. 건축학도 출신인 김 대표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건설사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여러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에 참여해왔다. 학교에서 숲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숲이 선사하는 감성 치유 효과에 매료된 그는 본격적인 사회봉사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2013년 3월 더웰을 설립했다.

"봉사 활동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도 없이 덜컥 창업을 했습니다. 가치가 있으면 사람이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수익 모델도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죠."

'숲 안내 지도' '숲 속 친구들' 등 숲과 나무를 매개로 한 책을 출간하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 기관에 공급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책정한 교재 수익 정도로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사진은 유태그와 연동되는 식생기반 감성 커뮤니티 앱 '토리넷'.
그는 나무와 ICT 기술의 결합에 주목했다. "대학 연구원 시절 정부가 진행한 미래먹거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가 지식 기반 사회에서 감성 중심 사회로 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기와 자연과의 소통을 통한 만물인터넷 시대를 구현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직접 학교의 숲 지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퍼가마S'는 이같은 아이디어가 구현된 스마트폰 앱이다. 앱에 보이는 자신의 학교 지도에 나무의 위치와 이름, 속성 등 관찰 일지를 아이들이 직접 작성해 등록할 수 있다. 각 나무에 맞는 이미지와 해설도 제공돼 자연학습 프로그램으로도 유익하다. 학생과 학교 관리자, 교육기관 모두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회사 수익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문제는 상품성이었다.

"1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했지만,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무료 앱이다 보니 실제 손에 쥔 것은 8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과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상품성 있는 실질적인 제품 개발에 매달린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유태그(U-TAG)'라는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었다.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기반 원격 수목관리 장치인 유태그는 나무에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나무 생장과 관련한 정보를 기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이름표 형태의 장치다.

유태그와 연동할 수 있는 식생기반 감성, 체험공유 커뮤니티 앱인 '토리넷'도 잇따라 출시했다. 토리넷은 식물의 성장 관리와 케어는 물론 음성, 동영상, 이미지, 텍스트로 식물을 키우면서 느낀 감정이나 경험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유태그가 부착된 나무 근처에서 토리넷을 실행하면 해당 나무와 관련된 일련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중 어느 시기에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더라. 나는 물을 주고 가니 다음에 오는 분은 비료를 주세요'라는 식으로 경험과 기억, 감성을 공유하자는 거죠. 모교를 방문한 졸업생들이 자신의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타임캡슐' 역할도 톡톡히 할 겁니다."

부산지역 초·중·고교와 시민 텃밭을 대상으로 시연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동래원예고가 학생 교육과 인성 함양 목적으로 납품을 의뢰해왔다. 다중이 이용하는 숲, 휴양림, 수목원, 기업 내 소규모 공원 등도 주요 타깃이다.

예상치 못한 고객들도 등장했다. 전북의 한 인삼협동조합에서는 후배 농업인에게 인삼 재배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음성 녹음을 통한 저장과 공유 기능이 문서 작성에 서투른 농업인들에게 주효한 것이다. 일부 과수농가들은 재해 등에 따른 보상 시비를 줄이기 위한 인증 용도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주문 제작에 주력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유태그 판매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토대로 향후 우리 회사가 축적한 유비쿼터스 센서 기반 서비스를 관광이나 기업 홍보 분야 등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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