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아수라' 대사가 부른 납치 소동

영화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액정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비매너' 행위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열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오인신고의 발단이 된다는 점이다.
3일 오전 0시께 부산 북부경찰서로 A(36·여) 씨가 위험하다는 A 씨 친구의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내용은 A 씨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A 씨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 신고 내용도 살벌했다. 전화기를 통해 "죽여 버리겠다" "이 ××야" 등 각종 협박과 욕설이 들렸다고 한다. 신고자는 A 씨가 괴한에게 납치된 상황에서 구조요청을 위해 급하게 휴대전화를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가 괴한에 납치돼…"
30대 女 신고에 출동하니
영화 보다 '통화 버튼' 실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난리가 났다. 경찰 10여 명이 긴급 출동해 A 씨 소재를 찾았다. 다행히 1시간 30분 동안 수색이 진행됐을 때 A 씨는 부산 북구 자신의 집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경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친구에게 자정께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전화한 사실을 몰랐다. A 씨는 다른 친구와 심야영화를 보다 우연히 휴대전화 통화 버튼을 눌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A 씨가 본 영화가 최근 개봉한 '아수라'였던 것. '아수라'는 폭력성이 짙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다. 영화 대사가 휴대전화로 그대로 전달되다 보니 신고자 입장에서는 A 씨가 위험에 빠진 줄 착각했던 것이다.
괴한의 정체는 영화배우 정우성과 황정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출동한 한 경찰관은 "얼마나 연기가 실감 났으면 목소리만 듣고 착각할 정도냐"며 "이 사건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