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위협 받는 동네 상권] '쿡방 스타(요리 방송)' 프랜차이즈 공세에 골목 밥집 "죽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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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CEO를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이 전국 골목 상권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부산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이 밀집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거리 모습. 부산일보DB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에 이어 '스타 파워'를 앞세운 프랜차이즈의 가세로 지역 골목 식당가가 무차별적으로 잠식당하고 있다.

최근 골목 식당들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곳은 친근한 이미지로 '쿡방'(요리 방송)계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의 '더본코리아'다.

백종원 씨 운영 외식업체
부산서 매장 77개로 늘어
대기업도 줄줄이 한식뷔페
식당 수요 많은 곳 차지해

자영업자 폐업률 크게 늘어
김영란법 가세해 '이중고'

29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백 씨가 대표이사인 더본코리아 소속 매장은 2011년 374곳에서 올해 1267개로 238% 폭증했으며, 20개 외식 브랜드 '선단(船團)'을 앞세워 지난해에만 12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부산에서도 2014년까지 한 곳도 없었던 빽다방이 지난해에만 21곳이 생겨나는 등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본가, 역전우동 등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77개로 늘었다.

특히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중소기업의 매출액 기준액이 3년 평균 1000억 원 이하로 높아지면서 대기업에서 다시 중소기업으로 기업 분류가 변경됐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한에서도 자유롭게 되면서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렸다. 더본코리아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평균 980억 원 정도다.

해당 자료를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김치찌개, 국수, 우동, 김밥 등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영위하는 업종에 주로 진출해 골목상권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던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도 최근 부산을 비롯해 지방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대기업 한식뷔페는 2013년 CJ 계열의 계절밥상 1호점을 시작으로 이랜드 계열의 자연별곡, 신세계 계열의 올반까지 총 107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부산에서도 계절밥상 2곳, 자연별곡 2곳, 올반 1곳이 최근 1~2년 새 영업을 시작했다.

대기업 계열 한식뷔페는 자본력을 앞세워 식당 수요가 많은 곳에 주로 입점하기 때문에 주변 식당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분석 결과, 대기업 한식뷔페 반경 500m에 위치한 음식점은 평균 325개에 달했고,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계절밥상 주변의 음식점은 무려 1300여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대기업 한식뷔페의 골목상권 진출은 골목 식당들의 매출 감소로 직결된다. 동반성장위의 '음식점업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5년 한식뷔페가 없는 상권의 연평균 매출액은 3815만 원으로 한식뷔페가 있는 상권의 매출액(2657만 원)보다 현저히 높았다.

한식뷔페 외에도 대기업 계열의 빵집, 커피전문점, 식당들이 최근 몇 년 새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골목 식당들의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CJ 계열의 요식업 브랜드만 해도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빕스, 비비고, 제일제면소, 차이나팩토리 등 지속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부산의 자영업자는 39만 7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 5000명(5.9%)이 줄어 16개 시·도 중 3번째로 폐업률이 높았다.

부산 서면의 한 한식당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내수는 더욱 위축되고 있는데 대기업과 방송 인지도를 앞세운 스타 사업가들이 요식업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면서 골목 식당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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