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주민소환 투표 각하] 정치적 고비 넘겼지만 리더십엔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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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투표가 각하된 26일 오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제29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도의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0개월을 끌어온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가 26일 각하됨으로써 도정 파행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달 초 '성완종 리스트' 재판에서 실형을 받았던 홍 지사는 일단 정치적인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이번 각하가 그동안의 '독주 행정'에 대한 면죄부라기보다는 '독단적 리더십'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권자 서명 8395명 부족
보정 기간 15일 뿐 '한계'

야당 "면죄부 아니다" 비판
무상급식 불만 달래기 주목


이와 함께 주민소환 투표 각하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서명부 요건미달과 관련, 보정 기간의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왜 각하됐나

옛 진주의료원 폐쇄와 무상급식 지원 중단이 발단돼 시작된 홍 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는 결국 서명부 요건 미달로 각하됐다. 주민소환 투표 필수 조건인 도내 유권자들의 유효 청구 서명 숫자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까지 총 2차례에 걸쳐 35만 7801명의 서명부를 도선관위에 제출했다. 소환투표 요건인 도내 유권자의 10%인 27만 1032명보다 훨씬 많지만, 도선관위의 심사를 거치면서 유효한 서명으로 인정된 숫자는 24만 1373명에 불과했다.

도선관위로부터 이 중 주소 일부 누락 등 8만 128명의 청구인 서명부 보정을 요청받은 주민소환운동본부 측은 지난달 10일부터 보름간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보정 활동을 벌여 3만 5249명의 보정 서명부를 제출했다.

선관위 심사 결과, 이 중 유효는 1만 6080명, 무효 1만9169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청구권자 자격 기준연도 변경에 따른 전·출입자 5184명을 유효로 포함해 전체 유효 서명 총수는 26만 2637명으로 집계됐다. 그래도 결국 법적 요건에는 8395명이 부족했다.

운동본부 측과 일부에서는 투표 청구 각하의 요인이 된 서명부 보정을 위한 15일은 지나치게 짧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보정 작업을 위해서는 해당 서명부를 도선관위로부터 받아, 이를 시·군별로 분류하는 데만 1주일가량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보정 활동 기간은 겨우 1주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8월 무더위 속에서 수만 명의 서명자를 일일이 방문해 보정작업을 하기가 더욱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서명부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서명 등 5가지 항목을 명확하게 기재해야만 유효 서명으로 인정하는 점도 주민소환 투표 청구에 걸림돌이 된 만큼 주민소환법 개정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민소환운동본부 관계자는 "주민소환법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는 만큼 앞으로 입법 보완이 필요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독단적 리더십에 경종

홍 지사는 이번 각하 결정으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서명부의 유·무효를 떠나 도내 유권자 35만 명 이상이 주민소환 청구 서명부에 참여했다는 점은 큰 정치적인 타격이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홍 지사는 도정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어, 향후 도정 수행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번 서명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학부모 등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이날 비서실장이 대독한 입장 발표에서 "경남의 발전을 위해 도지사실의 문을 열고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 경남도당은 "까다로운 서명부 작성과 짧은 보정기간 등 법적 문턱을 넘지 못했을 뿐, 홍 지사가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여전히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백남경 기자 nkbac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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