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대선 샅바싸움' 민생 팽개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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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의결에 항의하는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단식하겠다고 밝혔다. 박희만 기자 phman@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정국'이다.

서울 여의도 그 어디에서도 협상 채널을 찾아볼 수 없다. 여야 간 대화는 전면 중단됐다.

"여기서 밀리면 대선은 끝"
김재수 해임안 국면 '악화'
이정현 與 대표 단식 농성
野 "국감 파업이냐" 비난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극 과 극'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치원로나 전문가들조차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국민 여론에 입을 닫고, 귀를 막고 있다.

거대 야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앞세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조성된 대치 정국은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의 '기 싸움' 성격이 강하다.

정치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6일 "이번 사안은 대단히 복잡한 권력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야당은 계속 (해임안 수용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에 여야 간 타협의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 때까지 국정은 혼란과 난맥으로 일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야당은 각각 '거대 여당의 횡포'와 '무책임한 집권여당'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소속 129명 전원이 정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무기한 벌이기로 했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도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정된 국감 일정을 일부 소화하면서 "국감파업은 민생파업이자 포기선언"이라고 여당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여당 내에서 "그래도 국감은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최고의 임무"라며 국감 복귀를 촉구하는 주장도 있고,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더 이상의 강공은 없다"고 물러섰다. 국민의당도 정세균 의장이 제안한 '2~3일 국감 연기' 중재안을 수용하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주변 정세와 경제 등 여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냉정을 되찾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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