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천이 돌아온다] 4. 일본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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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통해 유입되는 오염원 잡고 접근성 높이니 '활력所'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천에 한가로이 유람선이 떠다니는 모습. 주변에 상가와 쉼터가 눈에 띈다.

역사적인 부전천 복원이 시작됐다. 하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복원은 무의미하다. 사라진 도로가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사람이 찾는 하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수질과 공간에 있다.

오사카 도톤보리천
10만t 이상 저류시설 설치
비점오염원 잡아 2급수 유지
강변 산책로 조성 '시민 발길'

나고야 호리천
한때 오염 극심,부전천 닮아
하천 정비로 오염 차단
돌·나무 덱 설치,인파 몰려

■빗물에 의한 '비점오염'을 막아라


비가 많이 내리면 부전천과 동천 유역에서는 악취가 난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2400억 원을 들여 동천 수계 하수관거를 '합류식'에서 '분류식'으로 교체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분류식 하수관거가 수질 관리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본다. 바로 비점오염원 때문이다.

비점오염원은 도로 위 타이어가루처럼 넓은 지역에서 빗물 등에 씻겨 하천으로 들어오는 오염원을 말한다. 정확한 배출원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부전천은 복원될 경우 도심하천이라는 특징 때문에 비점오염원의 영향이 예상된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천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까지 도톤보리천에서는 오염 때문에 악취가 풍겼다. 그랬던 것이 1994년 하천재생 사업, 2001년 물의 도시 오사카 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도톤보리천은 오사카 관광 명소가 됐다.

개인 선착장이 10곳이나 될 정도로 하천을 즐기는 이도 많다.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수질 관리는 필수다. 최근 오사카 시에서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이 바로 비점오염원이다. 지난해에는 3000억 원을 들여 지하 60m에 10만t 이상 용량의 저류시설을 갖추었다. 이를 통해 초기 빗물을 통해 유입되는 오염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오사카 시 건설국 우에다 하천과장은 "비점오염원을 잡는 것은 도심하천 관리의 숙명이다"며 "도톤보리천에는 많은 상가가 접해 있고, 유람선 이용객도 많은 만큼 수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사카 시는 합류식 하수관거지만 비점오염원 관리를 통해 도톤보리천 수질은 2급수 이상으로 유지된다. 더불어 대심도 저류시설은 초기 우수에 의한 비점오염뿐만 아니라 홍수 시 물을 저장하는 역할도 겸해 주변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

인제대 박재현 토목공학과 교수는 "비점오염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으면 하천 오염으로 인해 부전천 복원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서울은 신월대심도터널에 저류시설를 만들며 비점오염원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부산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페, 서점, 야시장… 공간의 탄생

일본 나고야 호리천은 실은 수로다. 17세기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나고야 성을 축조할 때 건축자재, 생필품 등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유속이 느려 오염되기 쉬운데, 실제 나고야 항이 개발되고 공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오염이 극심했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을 따라 올라오는 감조하천, 느린 유속, 산업화에 따른 오염 등이 부전천과 닮았다.

일본 나고야 호리천 주변으로 카페 등이 줄지어 들어서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호리천에서는 1986년 나고야 시 승격 100주년을 맞아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졌다. 호리천의 가장 큰 강점은 접근성. 전체 15㎞ 구간 중 10㎞ 구간에 너비 2~3m가량의 돌과 나무 덱을 설치해 사람들이 편히 오갈 수 있게 했다. 덱 주변으로 카페, 서점 등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야시장도 열린다. 기업인, 주부, 건축가 등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호리천 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는 호리천의 수질, 생태 환경 변화 등을 확인한다.

오사카 도톤보리천도 마찬가지다. 도톤보리천의 너비는 원래 30~50m였다. 그런데 30m 정도로 너비를 좁히고 줄어든 강의 양 옆으로는 친수공간을 만들어 상·하단 2단 구조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산책로가 만들어지자 상인들도 바뀌었다. 상인들은 상권 축소 등을 우려하며 처음에는 하천 복원을 반대했다. 그러나 하천에 사람이 몰려들자 강변 쪽에 스스로 문을 냈다. 도톤보리천은 2014년부터는 운영 자체를 민간영역으로 넘겼다. 행정기관의 도움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자생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민간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자 2013년 105건이었던 도톤보리 하천변 이벤트 횟수는 2014년 217회, 2015년 247회까지 늘어나는 등 새롭게 활력을 찾고 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이준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제대로 된 도심하천 복원은 도시 재생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며 "부전천 복원이 사람이 찾는 복원이 된다면 서면지역이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사카/글·사진=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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