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경주 지진과 잇단 여진으로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그동안 지진 발생 가능성을 부인해 온 원자력산업계가 사용해 온 '활동성 단층'의 기준을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연구용역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최근 연구 결과(본보 지난 21일 자 1·3면 등 보도)를 통해 양산단층, 울산단층, 일광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도 원자력산업계는 경주 지진 발생 직전까지 활성단층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

원자력산업계 사용 '활동성' 
'활성'보다 훨씬 좁은 개념 
 지진 가능성 지나치게 저평가  

원전 부지 선정 때 사용하지만  
지진 잇따르는 현실 반영 못해

"미국 원자력규제위 기준 적용  
인구 밀도 높은 국내 적용 무리"  
전문가들 "수정해야" 지적

지난 23일에야 김무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이 "이번 지진으로 고리, 월성 원전단지 부근의 단층들이 활동성 단층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원자력 관련 주요 기관장 중 처음으로 활동성 단층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학계에서 사용하는 '활성단층'(제4기 단층)과 원자력산업계가 사용하는 '활동성 단층'의 기준에 큰 차이가 있어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활성단층은 최근 지질시대인 제4기(약 258만 년 전~현재)에 활동을 반복했으며, 앞으로도 활동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그러나 활동성 단층은 이보다 훨씬 좁은 개념으로, 지진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안위 고시에 따르면 활동성 단층은 '과거 3만 5000년에 적어도 1회 또는 과거 50만 년 이내 2회 이상의 지표 및 지표 가까이에 변위가 존재하는 단층'이다. 반면, 일본은 100만 년에 한 번 움직인 흔적이 있는 단층도 활성단층으로 본다.

이와 관련 부산대 김광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경주 지진은 규모가 컸음에도 진원의 깊이가 10~15㎞ 정도라 지표 가까이에는 단층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다"며 "지진 대비를 위해 만든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원전 건설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만큼 현재 기준이 느슨하다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원전 부지 선정 등에 활용하는 활동성 단층의 기준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박병철 지진방재과장은 "활성단층의 기준은 각국의 지진,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정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며 "내년에 활성단층 지도 제작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면 활성단층의 정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성 원전 단지. 연합뉴스

현재 지진화산재해대책법 제23조에는 활성단층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라고만 기술하고 있다.

변영철 법무법인 민심 변호사는 "큰 지진 발생 뒤 변화된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진화산재해대책법 등에 활성단층의 기준을 명확히 정의해 넣는다면, 자연스럽게 현재 고시는 효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