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 열린다] 과태료 기준·재판 매뉴얼… 법원 '없어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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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법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법원은 법을 어긴 사람에게 선고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제3자를 통해 또는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자, 1회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 등에게는 약식재판을 거쳐 500만∼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27일까지도 법원이 어떤 기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어떻게 재판을 진행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법원행정처는 '청탁금지법 TF'를 통해 과태료 부과 기준과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르면 다음 주 각급 법원에 전달될 예정이다. 수도권 법원의 과태료 전담 판사들로 꾸려진 '과태료 재판 연구반'의 재판 매뉴얼도 다음 주 중순께에야 완성된다.

행정처 지침 다음달 전달
판례 없고 여론 예민해 부담


법원이 고민에 빠진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재판이 기존의 과태료 재판과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원의 과태료 재판은 행정청이 정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이의 소송을 하는 형태로 대부분 서류 검토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과태료 사건은 법원이 직접 증거 조사와 심문 등을 통해 과태료 액수를 정하고 취소 재판까지 해야 한다.

관련 매뉴얼이 확정된 뒤에도 법관의 부담은 여전하다. 법 적용 대상만 해도 400만 명이 넘는 데다 법 취지에 따라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과 선례가 없는 법이니만큼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판례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법 내용을 잘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23일 관련 학술대회에서 "대상자와 금지 행위 영역 모두 매우 광범위해 일반인들이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된 행위인지 여부를 빨리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며 "부정청탁금지법 적용에 대해 형법의 '법률의 부지로 인한 금지착오' 성립을 인정해 처벌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혜규 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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