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설치미술 작가 에노키 츄 씨 "지진 경각심 높이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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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 때문에 2016부산비엔날레의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RPM 1200'. 일본의 설치미술 작가 에노키 츄(72) 씨가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무너진 채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진홍 선임기자

"작품이 이렇게 크게 손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 때문에 2016부산비엔날레의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RPM 1200'. 일본의 설치미술 작가 에노키 츄(72) 씨는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무너진 채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미술관이 휴관하는 월요일 저녁에 작품이 무너져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고베 대지진 모티브 설치작품
부산서 전시 중 지진에 와르르
"작품 메시지 깊이 새겼으면"


'RPM 1200'은 가로 5m, 세로 4m, 높이 3.5m 선반 위에 스테인리스로 된 폐(廢) 기계부품 수천 개를 용접 없이 세운 설치미술 작품. 무게만 8t에 달하며, 작가가 1995년 고베 대지진을 직접 경험하면서 영감을 얻어 만들기 시작해 완성하는데 12년이 걸린 작품이다. 전시 때마다 사용되는 기계부품이 늘어나는 '가변형 작품'이다.

지난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손상된 직후 'RPM 1200' 모습. 부산비엔날레 제공
'RPM 1200'은 기계부품들을 높이 쌓아올려 거대하고 웅장한 현대도시의 이미지를 나타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조금의 충격과 흔들림에도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다. 경주 지진으로 'RPM 1200'의 상당 부분이 무너지면서 에노키 씨가 의도한 현대사회의 불안함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에노키 씨는 "손상된 작품은 향후 여진 발생 시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극히 일부분만 보수할 것"이라며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작품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넘어진 작품을 그대로 전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노키 씨는 "지구에 사는 이상 이런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개개인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 도쿄 전시 때 지진으로 일부 작은 소품이 넘어지곤 했지만 이번처럼 크게 넘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일본은 내진 설계가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한 번도 큰 지진이 없어서 그런지 그러한 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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