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푸드셰어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경제 시스템을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 부른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로 저성장 취업난 등이 심화하면서 공유경제가 합리적인 소비생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때마침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모바일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공유경제는 날개를 달았다. 빈방을 나눠 쓰는 에어비앤비(AirBnB), 차량 공유기업인 우버(Uber)는 성공신화를 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는 물건과 공간을 넘어 지식과 재능까지 공유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중이다.

음식을 나누는 푸드셰어링(Foodsharing)은 유럽,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에서 선풍을 일으켰다. 재활용 가능한 슈퍼마켓 쓰레기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웹사이트 '푸드셰어링'(www.foodsharing.de)'을 바탕으로 '프리건(Freegan)' 운동이 활발하다. 프리건 운동은 '무료(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물 쓰레기 중 상태가 괜찮은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자는 운동이다. 독일에서는 또한 길거리 공용 냉장고가 100여 개나 설치돼 있을 정도다.

부산에서도 푸드셰어링을 실천하는 '나눔 냉장고'가 자리를 잡고 있어 화제다. 사상구가 엄궁농산물시장, 부산새벽시장, 모라3동 주민센터에 '복이 오는 나눔 냉장고'를 설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민간에서 이 운동에 나선다고 한다. 사하구 다대1동, 다대2동, 장림동 주민들이 내달 중 '나눔 냉장고' 3대를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설치하기로 했다. 수녀, 주부, 통장 등으로 구성된 주민 20여 명이 새로운 기부 모델로 푸드셰어링을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푸드뱅크(Food Bank)가 식품제조업체나 개인으로부터 식품을 기탁받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복지서비스라면, 푸드셰어링은 이웃과 음식을 나누면서 음식쓰레기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자면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유통기한이란 개념이 기한을 넘기면 이용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먹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푸드셰어링의 정착으로 '식구'의 개념이 한 가정에서 동네로 확장된다면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