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공포] 지진 전조? 화학공단 악취? 주말 가스 냄새에 또 놀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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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4일 발생한 부산·울산 지역 가스 냄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연합뉴스

일상화된 지진 공포에 시달리는 부산 시민들이 또다시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스 냄새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지난달 30일 울산 태화강에서 촬영된 수만 마리의 숭어 떼가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는 동영상, 광안리 해변에서 목격된 개미 떼의 이동 등 특이 자연 현상에 가스 냄새 소동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형국이다.

25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 24~25일 부산 전역에서 모두 13건의 가스 냄새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고리 원전 인근에서 접수된 가스 냄새도 있었다.

신고리 원전 인근 등 13건 접수
특이 자연현상 더해져 불안 증폭
울산 석유화학공단 악취 추정


지난 24일 오후 3시께 부산 기장군 신고리 원전 주변에서 경비 초소 근무를 서던 고리원자력본부 청경이 가스 냄새가 난다고 원전 통제실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 등이 발전소 내부와 주변 지역에서 조사를 벌였으나 가스 냄새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발전소 내부에서 가스가 누출될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며 "원전은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신고를 포함해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는 부산 기장군에서 3건, 금정구에서 2건, 사하구 2건, 사상구·부산진구·동래구·북구·남구·강서구에서 각각 1건씩 접수됐다.

이에 앞서 울산에서는 24일 오전에만 석유화학공단이 형성된 황성동과 용연동 일원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총 44건 접수됐다. 23일에도 이 일대에 가스 냄새와 전선 타는 냄새가 난다고 일부 근로자들이 호소했다. 울산시와 울산해경 확인 결과 한 석유화학업체가 배관에 남은 연료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악취를 풍겼고, 울산항에서 나프타를 하역하면서 가스를 제대로 회수하지 않아 냄새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 신고된 가스 냄새는 바람을 타고 날아온 울산의 악취로 추정된다.

부산에서 가스 냄새 소동은 두 달 전인 지난 7월 21일에도 발생했다. 당시 정부 합동조사단은 '부취제' 유출이 냄새의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도 당시 시민들은 일본과 대만 등 해외 루머를 근거로 이를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 여겼다. 실제로 가스 냄새 소동 이후 경북 경주 인근에서 규모 5 이상의 강진이 두 차례나 발생하자 일부 시민들은 "이번 가스 냄새 역시 지진의 전조 현상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직장인 전 모(45) 씨는 "무조건 지진 관련성을 부인하는 정부 발표보다 독특한 자연 현상에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지진 공포가 일상화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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