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공포] "활성단층 위 아파트 어디?" 부동산 판도 바뀌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진으로 인해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한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진이 부동산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일대의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부산일보DB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은 과연 부·울·경 지역의 부동산 판도도 흔들어 놓을까?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큰 규모 5.8의 지진이 전국을 뒤흔든 뒤로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선호 주거지가 바뀌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지역 지진 안전에 촉각
"울산단층도 위험" 전문가 지적에
부동산 커뮤니티 위치찾기 소동

"내집 내진설계 되어 있나" 궁금
매립지·고층아파트 안전도 관심
'집값에 영향 미치나' 시선 쏠려

최근 일부 전문가가 "경주 지진이 난 양산단층도 위험하지만, 울산단층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울산단층(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약 50㎞ 연장)의 위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만 5000여 명의 가입자가 활동하는 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울산단층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등이 게재되고 있다. "뉴스에 울산 활성단층 바로 위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하는 곳이 ○○였다"고 추측하는가 하면, "○○ 지역 (아파트 분양) 경쟁률이 낮아질 듯해 당첨이 기대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매립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면서 집값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진 때 땅이 액체처럼 물렁물렁해지는 '액상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진과 매립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그러나 "매물 급증은 사실 무근"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마린시티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 모(61) 씨는 "주민들 사이에 지진 공포가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물 급증 현상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최근 지은 초고층 건물이 더 안전한데 어디로 이사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던 아파트 저층에 대한 시각은 바뀌는 분위기다.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장 모(33) 씨는 "사는 데가 4층이라 매매 문의가 별로 없었는데, 지진 이후로 문의 전화가 계속 온다"고 말했다. 흔들림이 적고 비상시 탈출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 내진설계 여부가 집값에 영향을 다소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내진설계가 안 돼 이사를 고민하는 시민도 있다.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서 모(38) 씨는 "건설사에 문의한 결과 진도 6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해 당장 이사를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남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시민 이 모(45) 씨는 "베란다 벽에 금이 가서 문의해 보니, 우리 아파트의 경우 내진설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해 조용히 집을 내놓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진을 겪은 일본의 경우 실제로 지진이 부동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래된 집은 집값이 싸고, 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을 검색할 때는 '건축 연한' '목조' '철골' 등을 주요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도쿄의 부유층들은 집을 살 때 옛 지도를 참고해 지반이 단단한 지역을 파악하고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약지반이나 매립지가 지진에 취약한 것은 맞지만,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 여파는 어느 한 곳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도 "초고층 아파트에 금이 가는 등 가시적인 지진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안준영 기자 2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