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빠진 미주노선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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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이었던 미주노선에 대한 국내외 선사들의 선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부산역 광장에서는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 촛불집회와 100만인 서명식'이 열렸다. 1000여 명 시민들은 정부와 채권단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재찬 기자 chan@

한진해운의 경쟁력이 강했던 미주노선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선사들과 현대상선 간 경쟁이 시작됐다.

현대상선은 우선 한진해운이 보유하거나 빌린 선박 중 경쟁력 있는 배를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은 모두 97척으로 한진해운 소유가 37척, 빌린 배(용선)는 60척이다.

선사들, 황금노선 놓고 '해전' 
현대상선, 알짜 선박 인수 
미주노선 최강자 노려 
머스크·MSC는 증편 운항


현대상선은 먼저 한진해운이 선주들에게 빌렸다 반납하는 배들을 몇 척 정도 이어받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강점이었던 '미주노선 최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진해운의 부재로 약해지는 미주노선을 다른 외국 해운사들이 차지하지 못하게 치고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경영컨설팅이 끝나는 11월 중순 이후 한진해운 자산인수를 통한 선대 확충, 노선 확대 등을 담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현대상선이 '이삭줍기'를 하는 차원은 아니다. 현대상선으로서도 상황이 절박하고, 전망이 밝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M이 현대상선을 파트너로 받아들이려 한 것은 태평양 노선 시장 지배력 강화 때문이었다"며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머스크 등이 차지할 경우 굳이 현대상선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제대로 메우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도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는 업계 우려대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머스크와 MSC는 지난 15일부터 중국~부산~미주 노선을 확대 운영해 각각 4000TEU(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박스 1개), 5000TEU급 컨테이너선을 6척씩 투입했고, 중국 COSCO와 대만 양밍도 중국~부산~미주 노선을 증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2001년 조양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결국 청산됐을 때도 글로벌 선사들이 조양상선 물량을 대거 가져간 선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타 선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선주협회는 지난 20일 기준 한국~미국 노선 평균 1FEU(길이 4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2TEU)의 운임이 2400달러로 조사됐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지난 8월까지 같은 노선의 평균 운임(1203달러)의 약 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머스크, 하파그로이드, CMA-CGM 등의 선사들에 단기적으로 운임상승 혜택이 돌아갈 전망"이라며 "상하이~LA, 상하이~뉴욕, 상하이~로테르담 노선 운임이 각각 42%, 19%, 39%씩 올랐다"고 밝혔다. 이주환 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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