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대 열린다] 식당·호텔·골프장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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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집·일식당 예약 급감 "이렇게 타격 클 줄 몰랐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부산·울산·경남의 고급 음식점과 호텔, 골프장이 파장을 놓고 초긴장 모드다. 사진은 부산의 한 회센터 전경. 부산일보DB

'김영란법 시대'로의 변화를 가장 절감하는 곳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고급 식당과 호텔, 골프장 등 접대 공간으로 활용돼온 곳들이다. 이들 업소는 벌써부터 예약률이 급감하는 등 법 시행의 후폭풍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고급 음식점 초상집 분위기
가격 낮추고 메뉴 개발 비상

특급호텔 대책 없어 초긴장
비즈니스호텔 반사이익 기대

골프장은 출혈경쟁 전전긍긍

■고급 식당·호텔 '공황 상태'


김영란법의 '한파'가 집중된 곳은 접대에 적합한 룸을 갖춘 고급 한정식집과 일식당 등이다.

동구 범일동의 한 한우전문점은 요즘 단골손님마다 '이젠 오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통에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이 집에서 인기 있는 생고기는 1인분에 3만 3000원이다. 식당 관계자는 "설마, 설마 했는데 이렇게 타격이 클 줄 몰랐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인근의 한 유명 일식집은 법 시행 닷새 전임에도 예약이 평소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 식당에서 주로 팔리는 코스 요리는 최하가 6만 원 수준이다.

울산 남구의 한 고급 한정식집도 기존 코스 요리의 음식 가짓수를 줄여 2만∼2만 5000원짜리 메뉴를 개발 중이다. 업주는 "가격을 내리면 음식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성주동의 한 백숙집도 3만 5000원이던 닭 한 마리 가격을 3만 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이 가게 사장은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우울해 했다.

장어 마을로 유명한 김해 불암동에서 장어구이 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장어구이는 재료 자체가 비싸 2인분에 술 한 병 들어가면 5만 원은 기본"이라며 "3만 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예 업종을 바꾸는 곳도 나오고 있다. 36년 전통을 지닌 부산 동래구의 한 유명 초밥집은 1만 원대 굴비 정식 집으로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급 한정식집 사이에서는 서울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폐점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텔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부산의 한 특급호텔은 법 시행 이후 식음료 부문에서 매출이 10% 이상 빠지고, 연회 행사 비중도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비즈니스호텔이나 일부 인기 있는 중저가 식당들은 고급 호텔과 식당 등에 쏠렸던 접대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이고 있다.

부산과 울산의 일부 비즈니스호텔들은 최근 3만 원 이하 메뉴를 개발해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모습이다.

■부울경 골프장 '전전긍긍'

부산·울산·경남 지역 골프장들은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대중제 골프장에 비해 비교적 접대골프가 많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당장 영업적자 등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킹 감소에 따른 가격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남 양산의 한 골프장 대표는 "접대 수요가 많은 수도권 위주로 영향이 있고, 그외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시행 초기에만 다소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소 접대골프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한 회원제골프장 임원은 "28일 이후 부킹 상황은 이전과 변화가 없다"면서도 "향후 부킹 감소로 이어질 경우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타격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골프장 임원은 "접대골프가 대체로 회원제 골프장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퍼블릭은 주부와 회사원 등이 주로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해외 접대골프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남의 한 골프장 대표는 "일부 회원들은 '그동안 접대해오던 인사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해외 라운드를 가자'고 해 고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부·지역사회부·스포츠부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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