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9일 개산대재 앞둔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 "불교 문화의 정수 함께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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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을 맡은 주지 입장에서는 통도사에 오시는 분들은 고객"이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사찰이 돼야 불교 대중화에 성공한다"고 강조하는 영배 스님. 이재찬 기자 chan@

영축총림 통도사 창건 1371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8, 9일 개산대재 및 영축문화축제가 경내 곳곳에서 열린다. 개산대재는 8일 오전 9시 괘불 이운 의식을 시작으로 부처님과 개산조인 자장율사의 가사 친견, 통도사 학춤 공연, 다례의식인 자장율사 영고재와 봉축법요식, 부도 헌다례와 다도 시연 같은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된다.

통도사의 가장 큰 축제인 개산대재를 앞두고 있는 통도사 주지 영배 스님을 만났다. 영배 스님은 "대중들이 지루할 것 같아 지난해 3일에서 올해는 행사를 이틀로 줄여 집중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불자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 가능한 불교 행사인 개산대재를 통해 아름다운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사친견·학춤 등 행사 다채
괘불이운 의식 인식 제고 목적
무형문화재 등재 추진 계획

특히 스님은 통도사에서 매년 두 차례 이상 열리는 괘불이운 의식을 문화적인 행사로 승화시킬 작정이라고 밝혔다. "조선시대에 이어 일제강점기에도 매년 지속된 의식인 괘불이운 의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라며 "무형문화재 등재를 추진해 이운의 의미와 무형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통도사는 10월 2일 오전 10시 해장보각에서 '통도사 개산대재의 문화적 가치'라는 주제의 세미나도 개최한다.

괘불이운 의식은 한국의 산사 괘불탱 가로 3m 세로 5m 크기의 대형 실사 33개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괘불대전이 열리는 무풍한송로(통도사 산문 무풍교에서부터 경내 청류교까지 약 1㎞의 산책로) 거리에서 이운식이 열리며 대중들이 이운식 때 직접 꽃을 뿌리는 대장관을 연출한다.

영배 스님은 "저가 워낙 완벽주의자라서 그런지 개혁을 이루는 게 힘들어요. 하지만 공공의 이익인 공심(公心)을 늘 생각하면 조직이 원만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며 "산방의 많은 스님들의 화합이 가장 중요해요. 화합하기 위해서는 주지가 먼저 권위를 내려놓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300여 명의 스님이 함께 공양할 때 방장(方丈) 스님 옆 자리였던 주지 석을 아래로 한 칸 내렸다. 스님의 자리는 법랍 높은 스님들에게 양보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스님은 불교 대중화를 위해 사찰 공간을 재배치하는 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사찰에 스님과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카페를 조성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현재 소나무들이울창하게 자라는 '무풍한송로' 중간에 나무 덱을 설치해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 역시 구상하고 있다.

"우리가 힘들다는 것은 물질적인 관계에서 주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전체 파이가 1만 원일 때, 내가 1000원을 가지고 상대가 9000원을 가지면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입니다. 1000원의 행복을 느끼며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과 자긍심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재임 기간 동안 통도사를 문화가 넘실거리는 사찰로 만들고 싶습니다"는 영배 스님. 동국대이사장, 불교신문 사장직을 거치면서 '불교 행정의 귀재'로 평가받는 영배 스님의 불교 대중화를 향한 열정은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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