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 가계부채 증가와 민생경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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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올 것이 오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연말에는 아마도 1300조 원을 돌파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부채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부채도 이미 1200조 원을 돌파했고, 여기에 기업부채 약 2300조 원이 있어서 이를 모두 더하면 5000조 원에 육박한다.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 액수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잘못되어 있고, 그래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이런 잘못이 지속되면 어떤 결과가 오게 되는 것일까?

먼저 자본주의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생산이 소비보다 많은 경제체제이고 그래서 항상 소비부족에 허덕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는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생산해서 팔아야만 한다. 그래서 한 사회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은 곧 사회의 생산 총액을 가리킨다. 국내총생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편 벌어들인 돈 가운데 소비에 사용되는 돈을 소득이라고 한다.

한국 GDP 3배 넘는 부채 규모
과잉생산 지탱 자본주의서 비롯

구매력 높이는 근원적 해법보다
저금리로 '빚 권하는 사회' 돌진

빚은 미래 소득 당겨쓰는 '독배'
국민 주머니 채워 줘야 민생 해결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돈을 버는 것은 기업이고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모두 소비하지 않는다. 국회 3당 대표연설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우리나라 10대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소비하지 않고 있는 돈이 무려 550조 원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가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소비가 부족하면 생산한 물건은 팔릴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이다. 정부는 소비부족을 메우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를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일반 국민들의 주머니가 아니라 대기업들의 곳간에 쌓여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남아 있을까? 바로 부채다. 부채란 미래의 소득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다. 그래서 부채는 당장 부족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짜고 양적 완화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부채를 만들어 소비를 부추기려는 것이다. 기업과 가계도 부채를 늘리도록 장려한다.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부채는 당장 쓰기에는 좋으나 결국은 갚아야 한다. 당연한 물음이 떠오른다. 미래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과거에서 당겨다 써 버린 덕분에 미래의 소득은 이미 텅 비어 있다. 소비할 능력이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부채는 결국 현재의 소비부족을 미래로 미루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파국이 온다. 지금 우리 경제의 턱밑까지 차오른 부채 증가는 바로 이 파국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먼저 법인세를 올리고 특혜를 줄여 대기업의 곳간으로 들어가는 돈을 줄이고, 그런 다음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 노동을 억제하여 일반 국민들의 주머니를 불려 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부족한 소비를 메꾸어 경제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올바른 길이자 유일한 방법이다. 2008년 미국의 파국과 독일의 대조적인 부흥은 바로 이 해법을 알려주고 있다. 미국은 일반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기업 곳간을 채웠고, 독일은 반대로 일반 국민들 주머니를 계속 충실하게 채우는 데 노력한 결과였다. 눈앞에서 진행된 이 뻔한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어찌 눈 뜬 장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거기에는 대통령이 입만 열면 달고 다니는 바로 그 5000만 명의 '민생'이 걸려 있지 않은가?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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