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부산국제영화제 - 아시아 영화의 창·뉴 커런츠]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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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창과 뉴커런츠 섹션에선 아시아영화의 다양성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사진은 '실락원'의 여주인공에서 연출가로 변신한 구로키 히토미 감독의 데뷔작 '얄미운 여자'.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섹션은 그 이름에서 바로 드러난다. ' 아시아영화의 창'과 '뉴커런츠'다. 다양한 종교·문화·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는 아시아권 영화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섹션이 아시아영화의창이라면, 뉴커런츠는 미래 아시아영화를 짊어지고 나갈 신예를 발굴해 세계에 선보이는 장이다. 올해 아시아영화의창에 56편, 뉴커런츠에는 11편이 초청됐고, 이중 신예 감독의 데뷔작이 27편에 이를 정도로 발굴의 의미가 깊다.

아시아 영화의 창

대가의 깊이·신예의 패기
지역·세대 아우른 56편
문화의 다양성 담아낸 場

뉴 커런츠

배금주의·사회적 폭력 등
亞 직면한 주요 이슈 직시
젊은 감독 목소리 두드러져

■지역·세대 넘나드는 용광로


올해 아시아영화의창 섹션은 BIFF가 추구하는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예년보다 짙다. 세대 측면에서 아시아영화를 주도하는 대가들의 신작과 신예 감독의 패기 넘치는 장편 데뷔작도 넘쳐난다.

부다뎁 다스굽타(인도)의 '미끼', 조니 토(홍콩)의 '삼인행', 가린 누그로호(인니)의 '자바의 여인', 아쉬가르 파르하디(이란)의 '세일즈맨', 브릴얀테 멘도사(필리핀)의 '마'로사', 라브 디아즈(필리핀)의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 등이 깊은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대가들의 신작으로 눈길을 끈다.

재능 넘치는 신예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은 이 섹션 상영작 56편 중 약 3분의 1에 이르는 18편을 차지하고 있다.

BIFF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런 아시아 젊은 감독들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작품 세계가 BIFF에서 마음껏 펼쳐지는 것은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BIFF의 정체성을 더 굳건하게 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제작과 산업이 활발하지 못한 국가에서 신작 출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다행스럽다. BIFF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아시아의 젊은 영화 인재들을 교육하고 기획개발과 제작을 지원하는 데 오랫동안 공을 들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쯔엉민키 감독의 '거울의 도시', 부탄 데첸 로데 감독의 '자비의 여신', 요르단 마흐무드 알 마사드 감독의 '행복한 교도소', 키르기스스탄 누를란 압디카디로프 감독의 '폭탄 들고 여행하기', 네팔 디팍 라우니야르 감독의 '하얀 태양' 등이 아시아영화의 다양성을 더 넓히는 작품들로 주목된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 취소 요구에서 비롯된 부산시와의 갈등 사태를 겪으며 BIFF가 올해 야심 차게 준비한 '표현의 자유' 관련 작품은 향후 영화제 상영작에 대해 어떤 외압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섹션 인 섹션'이다.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1990년 제작한 '자얀데루드의 밤'과 역시 이란 출신 카말 타브리지 감독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이다. 월드시네마 섹션으로 분류된 폴란드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애프터 이미지'까지 포함하면 3편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시기 인류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응급실 간호사인 딸이 겪는 사회 변화상을 비판적으로 그린 '자얀데루드의 밤'은 최초 상영본이 100분 분량이었으나, 정부 검열위원회의가 혁명정신에 어긋난다며 37분 분량을 삭제하고 상영과 복제를 엄격히 통제했다. 올해 63분 분량으로 남아있는 원본을 검열위 아카이브에서 찾아 BIFF에서 처음 상영한다. '순례지에서 생긴 일'은 성공적인 사업가가 정부에 공을 세우고 이슬람 성지인 메카로 포상휴가를 떠나 겪는 일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작품인데 정부에 의해 상영 금지됐다가 8년 만에 해금돼 BIFF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여성 감독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도 높다. BIFF가 발굴한 태국의 신예 아노차 수위차콘풍이 두 번째 작품 '어둠의 시간'으로 BIFF를 찾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아주 긴 변명', 일본 대표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구로키 히토미의 첫 작품 '얄미운 여자'가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민한 사회적 감수성 표현

뉴커런츠 출품작들의 올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은 감독들의 목소리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만연해 가는 배금주의와 장기 밀매의 현실을 조명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장치우), 산업화 과정에서 부부와 가족의 의미가 옅어지는 현실을 다룬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리우유린)는 중국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라면, 무장단체에 억울하게 남편을 잃고 부양가족 9명을 책임져야 하는 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을 다룬 '불타는 새'(산지와 푸시파쿠마라·스리랑카), 공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어부들의 투쟁을 담은 '호숫가 사람들'(하오밤 파반 쿠마르·인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종교 갈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백만 개의 컬러 이야기'(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인도) 등은 정치와 종교, 계급과 성 등 아시아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고루 녹아 있다.

한국에선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와 임대형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2편 모두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 출품됐다. 두 편 모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뤘다는 점이 이채롭다. '환절기'는 어머니가 사고로 쓰러진 아들을 돌보며 아들의 비밀을 발견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았고, '메리 크리스마스~'는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영화 일을 하는 아들을 불러 자신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으며 서로를 알아 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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