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 공유 선언 경성대·동서대 총장 동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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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부터 교수·강좌까지 공유 '전국 첫 실험' 기대를"

경성대 송수건(왼쪽) 총장과 동서대 장제국 총장이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만나 양 대학의 '협력 시스템'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중견 사학인 경성대와 동서대가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파격적인 협력 체제를 갖춰 대학 시설과 교수진, 강좌를 공유(본보 지난 9일 자 11면 보도)하기로 한 것이다. 전례 없는 '전략적 제휴'가 궁극적으로 양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위기에 맞선 지역 사학의 선제 대응이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경성대 송수건 총장과 동서대 장제국 총장을 함께 만났다. 이례적 협력 체제에 대한 양 총장의 설명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경성대 송수건 총장

주변서 우려보다는 기대 더 커
TF팀 중심 돼 협력 분야 발굴
영화 등 인재양성 특화 '강점'

동서대 장제국 총장

학령인구 감소 위기 선제적 대응
도서관·체육관 공유부터 시작
재정난 해소·특성화 집중 가능

-'협력 시스템 구축' 발표에 대한 반응은.

△송수건 총장=약간의 우려와 신선하다는 격려가 있었다. 다른 대학들이 안 하던 새로운 일이라 '과연 가능할까요' 하는 반응과 격려와 함께, 결과에 기대를 거는 희망의 메시지도 있었다.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올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합적으로는 격려와 긍정이 우려와 걱정보다 우세하다. 우리의 선택은 여러 선택 방안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해결책'이다.

△장제국 총장=대체로 긍정적인 반응 속에 궁금해하며 깜짝 놀랐다고들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에 위기가 닥친다는 상황은 다 알고 있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협력 방안을 발표하니까 공감하면서 수긍하는 반응이 나왔다. 다들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느낌이다.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인한 학생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당장 진행되는 협력 사례를 꼽는다면.

△장 총장=이번 학기부터 양 대학이 인프라를 공유한다. 대표적인 게 도서관이다. 경성대 학생인데 동서대가 있는 사상구에 사는 학생도 많다. 경성대 학생이지만 동서대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다. 체육관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만나야 신뢰가 형성된다. 같은 주제로 세미나와 수업을 함께 하고, 스포츠 행사도 같이 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형제 학교'라는 연대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송 총장님이 다음 달 동서대 교수모임에서 특강을 하시기로 했다.

△송 총장=쉬운 것부터 하면서 많이 해야 한다. 협력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시간과 접촉으로 신뢰가 쌓인다. 협력 분야로 정한 8가지 내용을 집행하는 데만 신경 쓰면 반드시 실패한다. 형식적인 공유나 협력을 넘어서 신뢰와 정서적 교감이 쌓이면 협력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8개 협력 분야의 각 태스크포스(TF)가 벌써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경성대 송수건 총장
-협력 체제로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송 총장=두 대학이 힘을 합치면 일개 대학이 꿈꿀 수 없는 경쟁의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분야를 보면, 동서대는 최고 권위의 임권택 교수 등이 연출을 가르친다. 경성대는 학생들이 조재현 교수를 비롯한 기성 연기자들에게서 연기를 배운다. 양 대학 협력 체제로 학생들은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국내 최고 감독에게 연출을 배우면서 최고의 톱 배우로부터 연기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부산에서 최고 수준의 연출과 연기 교육으로 관련 분야를 특화시킬 수 있다. 전문성 있는 인력을 길러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서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여태까지는 우수한 학생은 다 서울로 가 버렸다. 계속 이렇게 가면 지역도 지방대도 미래가 없다.

△장 총장=된다고 본다. 협력 사업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비용 절감, 중복 투자 방지 등으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 대학 특성화에 집중하면서 양 대학이 특정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뛰어난 대학으로 거듭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양 대학이 힘을 합치면 훨씬 빨리 성취할 수 있다. 특성화 분야의 경쟁력만 확보되면 학령인구가 줄어도 학생들은 몰린다. 우리가 역량을 모아서 좋은 학교로 거듭난다면 학생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특성화 분야에서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생이 부산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도 산다. 이게 대학이 지역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한 대학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들이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
-대학의 상황이 절박한가.

△장 총장=인구 절벽 현상은 학교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당장 괜찮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대학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선 직무유기이다. 3년 후에 하면 늦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송 총장=내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가 2만 5000여 명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4% 줄어든다. 당장의 상황 자체가 위기인 것은 아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실기한다는 측면에서 위기이고 절박하다는 것이다. 준비 없이 위기를 맞으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당부 사항이 있다면.

△송 총장=부산에 인재가 머물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산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 청년들이 부산을 안 떠나도록 해야 한다. 양 대학이 힘을 합쳐 특성화에 성공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

△장 총장=양 대학의 실험을 사랑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양 대학은 규모와 특성화 분야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협력이 잘 이뤄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지역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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