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부산국제영화제 - 한국영화의 오늘] "흥행에 성공했거나 실험성 강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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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밀정'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올해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와 비전'에는 모두 28편이 선정됐다.

파노라마 부문에는 '밀정' '내부자들' 등 이미 개봉돼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 비전 부문은 실험성이 강하고 주제와 스타일, 기법에서 개성이 도드라진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 17편
국제영화제 주목 끈 작품 다수

비전 부문선 11편 선정
개성 도드라진 작품 '눈길'

■흥행과 개성의 조화-파노라마 부문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은 17편이다. 이 중 미개봉 영화는 '커피메이트' 등 4편.

출품작 중에는 앞서 열린 다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이 적지 않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각각 칸영화제 경쟁부문, 비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김기덕 감독의 '그물'과 무서운 속도로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내닫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또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제너레이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흥행 면에서 돋보인 영화는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이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개봉 이후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 비리 의혹 등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꾸준히 화제를 모았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은 오랜만에 관객을 모은 한국 공포영화였다.

올해는 배우 손예진이 주연한 작품 2편이 동시에 선정돼 눈길을 끈다. 조선 마지막 황녀의 기구한 삶을 그렸지만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덕혜옹주'와 딸의 실종을 파헤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비밀은 없다'이다.

이 밖에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조선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친 김정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고,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는 눈여겨볼 만한 스릴러이다. 이호재 감독의 '로봇, 소리'도 신선한 시도가 돋보인 영화였다.

미개봉작 4편은 모두 각각의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될 만한 작품들이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은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펼쳐지는 네 커플의 이야기. 정은채 정유미 한예리 임수정 4명의 여배우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오지호와 윤진서가 주연한 '커피메이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이현하 감독의 '커피메이트'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인영(윤진서)이 어느 날 우연히 커피숍에서 만난 남자(오지호)와 마음이 통해 이 커피숍에서만 만나는 커피메이트가 된다는 설정이다. 육체적 관계가 없어도 그들의 만남은 치명적이 된다.

이진욱, 류혜영이 주연을 맡은 '유타 가는 길'(김정중 감독)은 동반자살을 꿈꾸며 유타로 향하는 남녀를 그린 작품이고, 이성태 감독의 '두 남자' 는 샤이니의 민호가 주연을 맡아 가출 10대들이 냉혹하고 폭력적인 세상과 만나 싸우다 쓰러지는 얘기를 담고 있다.

■실험정신 돋보이는 비전 부문

비전 부문은 해마다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시금석의 기능을 해왔다. 올해도 주목할 만한 영화 11편이 선정됐다.
경쟁사회에서 고통받는 가족을 그린 신동일 감독의 '컴 투게더'.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신동일 감독의 '컴 투게더'는 경쟁사회에서 고통받는 가족의 초상을 그린다. 신 감독은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코르셋'의 배우 이혜은이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고,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배우 임형국이 40대 실직 가장인 아버지로 나온다. 신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기다림의 시간에 어울리는 깊이를 보여준다.

'모텔 선인장'과 '낙타(들)' 등으로 알려진 박기용 감독도 이번에 '지옥도'라는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 전체를 롱테이크(Long-take)로 찍은 실험적 작품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뒤를 카메라가 시종 쫓아간다. 영화 중간에 '지옥도'라는 제목이 보이는데, 그 순간 롱테이크가 단순한 형식 실험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2013년 '파스카'로 BIFF 뉴커런츠상을 받았던 안선경 감독은 '나의 연기워크숍'이란 신작을 내놨다. 4명의 젊은이가 연극배우로부터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배우 겸 감독 구교환의 트랜스젠더 연기로 화제가 된 영화 '꿈의 제인'.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또 BIFF 한국단편경쟁부문에서 수상했던 손태겸 감독은 장편 데뷔작 '아기와 나'를, '가시꽃' 등 여러 독립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남연우 감독은 직접 연출한 첫 영화 '분장'을 각각 선보인다. 조현훈 감독의 데뷔작인 '꿈의 제인'은 배우 겸 감독 구교환의 트랜스젠더 연기가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조적 스타일이 돋보이는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과 시간·인물을 겹쳐 미스터리를 연출한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 두 인물이 놓인 상황만으로 코미디를 보여주는 민제홍 감독의 '소음들'은 실험성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두 번째 겨울'(김의곤 감독)은 가난한 부부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영화. '용순'(신준 감독)은 시골 마을 고등학교에서 연애 소동이 유쾌하게 벌어지는 작품이다.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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