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부산국제영화제 - 와이드앵글] 비판·성찰·실험… 영화, 시선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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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미행'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영화의 시선을 넓혀주는 와이드앵글에선 실험적이면서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아시아단편 경쟁에는 명예살인을 통해 폭력적인 사회가 인권과 가족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선택', 포경수술에 대한 공포와 남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년을 담아낸 '수폿' 등 10편이 올라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편 쇼케이스에선 '백야', '야간비행'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송희일 감독의 '미행'이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선보인다. 동남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감독 5명의 단편 옴니버스 영화 '우리 시대의 예술'은 BIFF에서 처음 공개된다.

아시아단편 경쟁
유일한 한국 작품 '미행' 눈길

한국단편 경쟁
작품 수 크게 늘려 16편 선정

다큐 경쟁·쇼케이스
소외계층·인류 탐구정신 다뤄

애니메이션 쇼케이스
치유·성찰 주제로 감동 전해

■일상에 대한 울림 있는 시선 주목

정지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한국단편 경쟁 부문은 지난해(10편)보다 대폭 늘어난 16편이 선정됐다. 일상을 울림 있게 전하는 작품이 많다. '엄마의 주먹밥'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유언조차 남기지 않고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감정을 그려냈다. 뼛가루를 뿌려 만든 주먹밥을 강물에 던지는 가족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성 연인의 애틋한 감정의 흐름을 담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던진다. '그 애는 여기 있어요'는 아이를 잃어버렸던 부부가 아이를 뒤늦게 찾으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실감 나게 담고 있다. 마지막 반전이 가슴 서늘하게 한다. 배우 김혜자가 타이틀 롤을 맡고 온주완, 박혁권이 등장하는 '순애'와 외출 나온 군인과 그의 연인이 한나절 동안 시간을 같이하며 결국 이별로 끝맺는 과정을 담은 '나와 함께 있어줘'도 눈길을 끈다.
사사키 메구미 '고래마을 타이치 이야기'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은 세계 곳곳의 소외계층에 대한 여과 없는 시선이 주목된다. 정신장애인 공동 주거공간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무지를 다룬 '옆집', 화려한 홍콩의 이면에 가린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낸 '선데이 뷰티 퀸', 프랑스 마르세유에 정착한 아르메니아 이주민의 불완전한 삶을 담은 '해안가의 이방인들' 등이 대표적이다. 고발 다큐멘터리로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된 고래사냥의 풍습이 남아있는 일본 어촌마을 타이치를 담은 '고래마을 타이치 이야기', 삶을 성찰하는 인터뷰 다큐멘터리 '시 읽는 시간'도 시선을 모은다.

■인간사회 비판과 성찰 돋보여
이동하 '위켄즈'
인간사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주를 이루는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선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대거 포진해 있다.

철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경이로운 소용돌이'는 인류의 끝없는 탐구를 전 세계를 돌며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징적인 조각물들의 복원과 재생에서부터 일본의 해파리 연구에 이르기까지 초월을 향한 인류의 걸음걸음이 포착된다. 살상을 위한 휴가를 담아낸 '사파리'는 독일과 호주에서 관광 차 찾아온 사냥꾼들이 부시벅, 임팔라, 얼룩말, 누 등의 동물들을 뒤쫓아 광활한 아프리카 들판을 내달리며 총을 쏘고, 고함치고, 사냥한 동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 본성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관객상을 수상한 '위켄즈'는 성소수자 합창단 G-보이스들의 활동을 다룬 작품으로, 비극적인 성소수자의 모습 대신 구성원 개인들이 공동체로 나아가 연대로 향하는 과정을 밝고 건강하게 담아냈다.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밴 '마스터 클래스' 같은 '프렌치 시네마 스토리'는 장 르누아르 감독의 '위대한 환상',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 등 수많은 프랑스 걸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인신매매라는 비인간적 범죄를 둘러싼 공적 기관의 부패와 무능함, 씻을 수 없는 상처의 기억을 들려주는 등장인물들의 강인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템페스타드'도 수작이다.

■감동, 재미 한가득 애니메이션 세계
앤 마리 플레밍 '나의 첫 번째 세계여행'
올해 애니메이션 쇼케이스의 키워드는 '치유와 성찰'. 치유와 성찰의 여정은 삶의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희망으로 전개된다. '나의 첫 번째 세계여행'은 앤 마리 플레밍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를 기반으로 했다. 이란계 중국 캐나다인 신예 시인 소녀 밍이 이란의 시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아 생애 첫 여행을 하게 되면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소녀의 성장기인 셈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용감한 소년 이크발'은 동생 약값을 구하려고 장터를 갔다가 낯선 곳으로 팔려가게 된 꼬마 몽상가 이크발의 시선으로 제3세계 아동 인권과 아동 노동 문제를 풀어낸다.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희망을 말하는, 리얼 판타스틱 동화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시네키즈는 독일, 덴마크, 중국, 이란, 루마니아 5개국 다양한 캐릭터들의 왁자지껄한 모험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의 산타 이야기'는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여덟 살 줄리우스의 시선으로 산타클로스 세상에 대한 마법 같은 모험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다른 세상으로 이어진 비밀 통로를 발견한 열 살 소년 로렌스가 음악을 없애고 그 에너지로 영생을 얻으려는 독재자 마르쿠스의 음모를 막아내는 모험담을 그린 '비밀통로와 로렌스의 모험'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넘쳐나는 상징들이 돋보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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