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6개월 ISA] 수익률 예상보다 낮네? ISA 인기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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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은행을 찾은 고객이 전문가로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운용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은행 제공

이른바 '만능통장', '국민재테크 통장'이라고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ISA는 지난 3월 14일 뜨거운 관심 속에 첫선을 선보였다. 금융권은 ISA가 예금·펀드·주식·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관리하면서 운용하는 혁신적인 자산관리형 금융 상품이라고 홍보했다. 쉽게 말해 이 계좌만 있으면 거의 모든 재테크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1인당 1계좌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고객 유치 경쟁도 무척이나 뜨거웠다. 6개월이 지난 현재 ISA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아쉽게도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ISA의 현주소를 점검한다.

■ISA는 어떤 상품인가

ISA는 일임형과 신탁형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일임형은 은행이나 증권사에 자산 운용권을 위탁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가입할 때 자신의 성향에 맞춰 유형화된 대표적인 모델 포트폴리오를 보고 투자를 지시하면 은행과 증권사가 지시에 맞게 운용하되 분기 1회 이상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수 있다. 신탁형은 투자자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운용되는 방식.

수익률 실제보다 높게 공시
투자자에게 불신 심어줘
실적 경쟁에 깡통계좌 속출

원금 손실 위험성 적고
투자자가 직접 결정하는
신탁형 상품에 89% 편중


가입자의 유형에 따라 일반형과 서민형, 청년형 등 세 가지 종류로 나뉘는 ISA의 가장 큰 특징은 세제 혜택이다. 일반형에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 농어민이 가입할 수 있다. 비과세 한도는 200만 원이고 의무 가입기간은 5년이다.

서민형은 연간 총급여액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3500만 원 이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비과세한도는 250만 원이며 의무 기간은 3년이다. 청년형은 일반형 요건 충족자 가운데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비과세 한도는 200만 원이다. 의무 기간은 3년이다. 세 가지 종류 모두 일반 가입기간은 5년이다.

■얼마나 가입했나

ISA는 출시 보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0만 명은 10주 만에 넘겼다.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ISA 가입자는 238만 5137명, 가입금액은 총 2조 6022억 원이다. ISA는 출시 첫 달인 3월 120만 4225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후 신규 가입자는 4월 57만 1000명, 5월 36만 3000명, 6월 22만 9000명으로 줄었고 7월에는 증가세가 더 꺾여 1만 7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월에도 신규 가입자는 1만 4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 이달 2일 기준으로 총 ISA 가입자는 240만 명, 가입금액은 2조 8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은행서 가입

7월 말까지 은행 가입자 비율은 90.1%(215만 1000명)로 압도적이다. 증권사 가입자는 9.7%(23만 3000명). 7월 한 달 동안에는 은행 가입자의 경우 6월보다 2만 7000여 명 늘었으나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는 오히려 1만여 명 줄었다.

누적 가입금액 2조 6022억 원 중 은행 비중이 1조 8726억 원(71.9%), 증권사 몫이 7268억 원(27.9%)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증권사가 312만 원으로 은행 87만 원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상품별로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 내용을 결정하는 신탁형 가입자 비율이 출시 첫 주만 해도 99% 이상이어서 ISA의 취지를 무색게 했다. 이후 7월 말 신탁형 ISA 가입자 비율은 89.8%로 낮아졌지만 신탁형 편중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은행권이 일임형을 4월 중순 이후에야 출시한 데다 가입자들이 원금 손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탁형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인기 시들한 이유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됐던 ISA가 6개월도 안 돼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초 기대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이 주된 이유로 지적됐다. 6월 말 발표한 ISA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의 3개월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초고위험 상품은 0.23~4.92%, 고위험 상품은 0.1~5.1%에 각각 그쳤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게 공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또 금융당국의 일제 점검 결과 모델포트폴리오 150개 중 47개의 수익률이 기준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고객들에게 제도가 불안정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ISA 출시 초기에는 금융사들의 마구잡이식 실적 경쟁 때문에 가입액 1만 원 이하의 '깡통계좌'가 속출하기도 했다. ISA의 상품 개념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았던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더욱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손쉽게 굴린다는 ISA의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ISA 가입자들의 상당수는 수익률도 높지 않은 데다 의무 가입 기간도 너무 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득이 증명되는 사람으로 제한한 가입자격을 학생과 주부 등으로 확대하고 세제혜택 등도 확충하는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해결 과제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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