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국영화 흥행 키워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추석은 한국 영화시장의 최고 성수기다. '추석에는 개 두 마리를 무대에 올려도 흥행이 된다'는 말이 충무로에서 내려올 정도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과 추석을 비롯하여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영화 흥행의 단대목으로, 영화사마다 한 해 흥행의 운명을 거는 승부처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영화가 추석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할리우드 영화는 상반기에, 한국영화는 하반기에 강세를 띠는 경향을 지금껏 보여 온 데다 추석은 여름방학에서 겨울방학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한국영화 '밀정'의 흥행 독주가 두드러졌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20년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렸다. 추석 당일인 15일 관객 76만 647명을 동원해 '관상'(2013)의 80만 6177명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 추석 당일 흥행 성적을 기록한 '밀정'은 개봉 11일째인 17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천만 영화인 '변호인'(13일)과 '국제시장'(15일)을 앞선 기록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하는 정책연구지 '한국영화'의 2012~2016년 한국영화 흥행 장르 순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드라마로 조사됐다. 2013년 12월 개봉한 '변호인'을 시작으로 '국제시장'(2014), '히말라야'(2015) 등이 12월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연말에는 휴먼드라마'라는 공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2위는 액션 장르로 '도둑들'(2012), '베를린'(2013), '베테랑'(2015), '암살'(2015) 등이 대표적이다. 3위는 사극 장르, 4위는 범죄 장르, 5위는 코미디 장르가 차지했다.

최근 5년간 흥행한 한국영화의 흥행 키워드가 '사회성' '애국' '부성애' 순이라는 분석이 나와 흥미롭다. 특히 사회성을 지닌 영화는 흥행에 불리하다는 오랜 인식을 깨고 사회성이 흥행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게 이채롭다. 466만 명을 동원한 '도가니'(2011), 346만 명을 불러모은 '부러진 화살'(2012)이 대표적이다. 1137만 명의 관객 기록을 세운 '변호인'은 사회성에 정점을 찍었다. 사회비판이 영화 흥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