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된다고 좋아했는데… 지하철 공사로 집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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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 공사 여파로 인근 주택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층 집 계단이 무너지려 하자 지지대로 받쳐 놓은 모습. 김준용 기자

올해 말 완공을 앞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장(다대구간) 공사 여파로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주택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시공사가 집주인의 요구로 수차례 보수를 했지만 집 균열은 계속되고 있다. 시공사는 "집이 낡아서 그렇다"며 일부 보수를 계획 중일 뿐 별도의 보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30일 찾은 도시철도 1호선 다대구간 다대포항역(예정) 2번 출구 옆 2층 주택. 지하철 출구와 불과 40m가량 떨어져 있는 '초역세권' 집이지만 집은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수차례 균열이 발생했다. 집 내부의 계단은 균열이 생긴 데다 일부 붕괴 우려로 축대로 받쳐져 있었다. 1층 외부 벽은 균열로 수차례 땜질을 했다. 1층 마당 앞바닥도 균열로 깨진 상태였다.

도시철도 1호선 다대구간
마당 균열 등 35가구 피해

시공사 "집 낡아 그렇다"
땜질식 보수에 주민 분통

집주인 문 모(69) 씨에 따르면 모두 2010년 다대선 5공구(1268.8m) 구간 착공 이후 생긴 일이다. 문 씨는 "지난해 말 출입구 발파 공사를 할 때는 도저히 잠을 잘 수도 없어 집을 떠나 있었다"며 "집에 있으면 벽에서 삐걱 삐걱 소리가 나는데 다음 날 보면 균열이 생겨 집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문 씨 집에 대해 수차례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6월 들어 3차례에 걸쳐 일부 벽 균열을 메우고 바닥을 보수했다. 하지만 보수공사 뒤에도 보수한 곳을 포함해 집 자체의 균열은 계속되고 있다. 7월에는 집주인 문 씨가 2층 계단 쪽 균열에 대해 문의했지만 시공사는 "울산 지역 지진 영향으로 균열이 발생했다"는 황당한 답변만 내놓았다.

공사로 인한 피해는 문 씨 집만이 아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5공구에서만 14곳이 보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하철 공사 총 6공구 중 1공구 8곳, 2공구 9곳, 3공구 4곳도 공사로 인한 집 균열 등 유사 피해가 있다.

마당에 생긴 균열. 김준용 기자
하지만 시공사 측은 원칙적으로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안전검사 결과 문제가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보수해야 할 곳만 보수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피해 주민은 "새로 개통되는 지하철 역과 가까운 곳이라 좋아했는데 집만 엉망이 되고 말았다"며 "그런데도 보상은 없고 보수만 땜질식으로 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하구의회 오다겸 구의원은 "지하철 공사로 인해 지역 주민이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유사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끝까지 따지고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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