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기대주 줄줄이 '脫부산' 왜?] 팀·돈 없어 선수 유출 되풀이, 지역 아마 체육 '위기'
2020년 도쿄 올림픽 수영 다이빙 종목에서 메달 기대주로 부상한 우하람이 부산을 떠날 처지에 놓이자 지역 체육계가 시끌벅적하다. 지역 체육계에선 매년 반복되는 부산 선수의 다른 지역 팀 유출로 '부산 아마 체육'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부산시와 부산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영과 레슬링 펜싱 등 3개 종목에서 전년도 전국체전 메달리스트 4명이 다른 시·도 실업팀으로 둥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별님 등 체전 메달리스트
지난해만 4명 타지로 이적
부산 대학·실업팀 부족에
우수 선수 몸값 폭등 원인
실력 있는 실업팀 적극 육성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부산동여고 출신으로 2014년 전국체전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내 큰 주목을 받았던 이별님(당시 부산시체육회 소속)은 지난해 울산시청으로 이적했다. 같은 부산시체육회 소속으로 2014년 전국체전 레슬링 동메달 리스트인 배곤지도 지난해 제주도청으로 팀을 옮겼다. 앞서 몇 년 전에도 육상 400m 남자허들에서 전국종별대회와 전국대학선수권대회를 석권한 이승윤, 전국체전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서 2관왕에 오른 조민경이 다른 시·도 실업팀으로 이적한 바 있다.
우하람을 지도한 '부산 다이빙의 대모' 홍명희 전담지도자는 "선수 유출이 계속될 경우 부산을 대표할 수영 선수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왜 부산을 떠나나?
우수 선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잇따라 떠나고 있는 것은 부산의 대학과 실업팀이 크게 부족한데다 우수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축구나 야구 등 인기 종목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지만, 육상과 배드민턴, 다이빙 등 비인기 종목의 경우 대학·실업팀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우수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몸값도 문제다.
육상 등 특정 종목을 전국체전이나 도민체전용으로 활용하면서 일부 시·도는 경쟁적으로 큰돈을 들여 다른 시·도 선수들을 마구 영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부산시와 시체육회, 부산의 실업팀들은 '돈 싸움'에서 밀려 우수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별님의 경우 울산시청이 부산시체육회에서 제시한 연봉에 수천만 원가량을 더 주기로 하고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곤지는 제주도청이 기존 부산시체육회에서 받은 연봉의 30%를 더 제시해 계약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배곤지의 경우 시체육회에서 집중 육성한 덕분에 2년 연속 메달을 딸 정도로 기량이 향상된 선수인데 결국 다른 지역 실업팀에 빼앗겼다"면서 "더 나은 조건에 선수를 데려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은 우하람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