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기대주 줄줄이 '脫부산' 왜?] 팀·돈 없어 선수 유출 되풀이, 지역 아마 체육 '위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20년 도쿄 올림픽 다이빙 기대주인 우하람이 지난 28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부모인 우동우·전미경 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0년 도쿄 올림픽 수영 다이빙 종목에서 메달 기대주로 부상한 우하람이 부산을 떠날 처지에 놓이자 지역 체육계가 시끌벅적하다. 지역 체육계에선 매년 반복되는 부산 선수의 다른 지역 팀 유출로 '부산 아마 체육'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부산시와 부산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영과 레슬링 펜싱 등 3개 종목에서 전년도 전국체전 메달리스트 4명이 다른 시·도 실업팀으로 둥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별님 등 체전 메달리스트
지난해만 4명 타지로 이적

부산 대학·실업팀 부족에
우수 선수 몸값 폭등 원인

실력 있는 실업팀 적극 육성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

부산동여고 출신으로 2014년 전국체전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내 큰 주목을 받았던 이별님(당시 부산시체육회 소속)은 지난해 울산시청으로 이적했다. 같은 부산시체육회 소속으로 2014년 전국체전 레슬링 동메달 리스트인 배곤지도 지난해 제주도청으로 팀을 옮겼다. 앞서 몇 년 전에도 육상 400m 남자허들에서 전국종별대회와 전국대학선수권대회를 석권한 이승윤, 전국체전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서 2관왕에 오른 조민경이 다른 시·도 실업팀으로 이적한 바 있다.

우하람을 지도한 '부산 다이빙의 대모' 홍명희 전담지도자는 "선수 유출이 계속될 경우 부산을 대표할 수영 선수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왜 부산을 떠나나?

우수 선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잇따라 떠나고 있는 것은 부산의 대학과 실업팀이 크게 부족한데다 우수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축구나 야구 등 인기 종목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지만, 육상과 배드민턴, 다이빙 등 비인기 종목의 경우 대학·실업팀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우수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몸값도 문제다.

육상 등 특정 종목을 전국체전이나 도민체전용으로 활용하면서 일부 시·도는 경쟁적으로 큰돈을 들여 다른 시·도 선수들을 마구 영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부산시와 시체육회, 부산의 실업팀들은 '돈 싸움'에서 밀려 우수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별님의 경우 울산시청이 부산시체육회에서 제시한 연봉에 수천만 원가량을 더 주기로 하고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배곤지는 제주도청이 기존 부산시체육회에서 받은 연봉의 30%를 더 제시해 계약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배곤지의 경우 시체육회에서 집중 육성한 덕분에 2년 연속 메달을 딸 정도로 기량이 향상된 선수인데 결국 다른 지역 실업팀에 빼앗겼다"면서 "더 나은 조건에 선수를 데려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은 우하람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선택과 집중'으로 실업팀 운영을

지역 체육계에선 이 같은 우수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의 운영 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현재 부산지역 실업팀은 35개 종목에 52개 팀(380명), 대학팀은 24개 종목에 49개 팀(584명)이 있다.

지역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의 실업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 실업팀은 집중 육성하고 5년 이상 성적이 저조한 팀은 과감하게 해체해야 한다"면서 "매년 우수 선수와 우수 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백지 상태에서 기존 실업팀을 재평가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역 대학과 기업들이 스포츠팀 창단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동진·김진성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