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 다 잡아먹고 생태계 위협 낙동강 어민들 '강준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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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서 잡힌 강준치. 높이 10㎝가량 되는 종이컵과 비교해 5~6배는 충분히 되어 보인다. 구포어촌계 제공

더 크고 늘어난 강준치가 낙동강 어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대형 강준치가 많아지며 낙동강 생태를 파괴하고 있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29일 부산하천살리기연합회와 구포어촌계에 따르면 낙동강에 서식하는 강준치의 크기가 최근 5년 사이 평균 40㎝에서 60㎝로 커졌다. 낙동강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50% 이상이 될 정도로 개체 수도 많아졌다. 지난 18일 구포어촌계에서 잡힌 강준치는 길이가 10㎝ 정도인 종이컵의 5~6배 크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대형화되고 개체 수 급증세
4대강 사업 뒤 서식 환경 좋아져
식용 사용 못 해…실태조사 시급


조호상 구포어촌계장은 "최근에는 1m 가까이 되는 성인 남성 팔 길이만 한 강준치도 종종 잡힌다"며 "예전 강준치는 10마리에 1~2마리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대형화된 강준치가 많아졌고 잡히는 개체 수도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강준치는 보통 40㎝까지 자라며 생육 환경이 좋을 경우 1m까지도 자라는 사나운 육식어류다. 한강, 금강 등에서만 서식했지만 40여 년 전부터 낙동강까지 진출한 이입종이다.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과 교수는 "강준치는 토종 물고기이지만 낙동강 어류들의 입장에서는 외래종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강준치는 힘이 좋아 '손맛'을 찾는 낚시꾼들에게는 인기가 좋지만 살이 무르고 가시가 많아 식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조 계장은 "강준치는 붕어, 잉어의 치어, 성어 등 고유 어종을 모두 먹어치워 버린다"며 "어민들 입장에서는 배스, 블루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처장은 "강준치는 유속이 느리고 폭이 넓은 강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 보가 설치되자 유속이 느려져 서식 환경이 좋아졌다"며 "점점 강준치들이 커지고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강준치를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하거나 최소한 낙동강에 서식하는 강준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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