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가 전하는 올여름 교도소] 식수로 받은 물 바닥에 뿌려 온도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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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냉수 샤워는 거짓 해명"

올여름 부산교도소는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시험하는 실험장이나 다름없었다. 더위 탓에 재소자 모두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고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교도소 측은 지난 19일 열악한 조사수용방의 환경에 대해 묻자 "24시간 냉수 샤워가 가능하고 1일 3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교도소에서 있었던 A, B 씨 모두 편지에서 "교도소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오전 10~11시, 오후 2~3시,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4시까지 단수가 됐다"며 "물값이 많이 나온다는 말과 함께 방송으로 '샤워를 자주하면 조사수용방에 보낸다'는 협박이 있어 누가 덥다고 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물을 많이 쓰고 샤워를 조금만 길게 해도 교도관 눈 밖에 나기 일쑤"라고 말했다.

A 씨의 증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부 재소자는 1일 2회 있는 운동 시간 뒤에도 제대로 된 샤워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운동시간과 단수 시간이 겹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오전 10시 30분께 운동 시간이 끝나면 그 시간 한 방에 8~10명의 재소자가 빨래와 샤워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교도소 내 재소자들은 식수로 받은 물과 수돗물을 바닥에 뿌려 그나마 온도를 낮추고 있다.

무더위에 따른 온도 측정 등도 이뤄지지 않는다. A 씨는 "올해 여름 수용자들의 방에서 온도 측정이 이뤄지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뜨거운 물이 식수로 공급되는 7.6㎡ 공간의 온도는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재소자는 뜨거운 물을 입에 댈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A 씨는 두 재소자 사망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동료 재소자가 숨진 사실이 재소자들에게 알려질 20일쯤부터 교도소 측은 뒤늦게 단수를 중지하고 24시간 샤워를 할 수 있게 물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부산교도소에서 여름을 지내다 최근 출소한 D 씨는 "방마다 선풍기가 있지만 오전 8시가 넘어가면 난방용 열풍기나 다름없었고, 도주 감시용 구멍으로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종일 몽롱한 상태로 머물러야 했으며 동료와 부딪치거나 충돌이 생기면 극도의 분노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됐지만 부산교도소에서는 이에 대비한 조치는 하나도 없었다"며 "일부 재소자는 사식으로 살 수 있는 라면을 익힌 뒤 찬 두유에 담가 마치 콩국수처럼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다른 교도소에서 출소한 E 씨는 "7~8월에 들어온 재소자에게는 신고식이 더 혹독하다. 말하자면 '난로' 하나가 더 들어온 셈이니 가만 두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뜨거운 밥과 국은 손도 대지 않는다. 대신 온기가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밥과 반찬 몇 개를 뭉쳐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말했다. 장병진·김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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