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선물, 산약초] 건강 돕는 약초 사는 재미까지 이보다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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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하수오

뭐니 뭐니 해도 약초 산행의 큰 재미는 결과물이다. 특히 산에서 저절로 자란 약초는 약성이 좋다. 약초꾼이자 약용식물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신종기 약용식물관리사는 주변 산에서 자란 영지버섯, 백하수오, 더덕, 비수리(야관문), 천문동, 산삼, 적하수오, 산도라지 등은 약재로 최고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재배가 아닌 자연산. 정성스레 캔 약초는 술에 담거나 꿀에 절여 시시때때로 먹으면 몸에 좋다고 했다. 약초 동호인 정명호 씨도 "약초 담금주를 저녁 반주로 두세 잔 하는데 10년째 감기도 모르고 산다"며 자랑했다.

■약초로 술을 담그다

약초꾼들의 집에는 대부분 담금주가 진열돼 있다. 적게는 여남은 병에서 많게는 수백 병에 이른다. 약초꾼 정 씨도 백하수오와 산도라지, 더덕 등으로 담근 술이 무려 600병이나 된다고 했다. 굳이 몸에 좋은 약초를 술에 담그는 이유를 물었다. "한의학에서는 캔 약초를 말려서 약재로 쓰는데 우리는 직장도 다녀야 하고 바빠서 그러지 못합니다. 그냥 두면 곰팡이가 잘 스니 술로 담그는 게 제일 쉽죠."

영지버섯·백하수오·비수리…
산에서 저절로 자란 약초들
약성 좋아 담금주로도 인기

산도라지… 급성편도선염 효과
엄나무… 좌골신경통에 좋아
음식에 넣으면 맛·건강 일석이조


약초 담금주는 도수가 30~35도로 높은 소주를 쓴다. 일반 소주는 약초가 잘 상하기에 어렵다. 우선 약재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 씻은 뒤 물기가 마르면 준비한 병에 담고 술을 붓는다. 보통 두 시간 정도 말리면 적당하다고. 너무 오래 말리면 약초가 쪼그라들어 모양이 잘 안 나온단다. 술 이외의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 마개는 밀봉하기 위해 비닐 랩이나 테플론 테이프로 감는다. 6개월 정도 지나 약성이 충분히 우러나면 조금씩 먹으면 된다.

잔대꽃
정 씨는 자신만의 독특한 담금주 '천도주'를 소개했다. '하늘에 이르는 술'이라는 그럴듯한 해석도 붙였는데 천문동, 도라지, 삽주를 담근 술이다. "매일 저녁 석 잔을 먹습니다. 왜 그런 거 있죠. 저보다 집사람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농담을 했는데 듣자니 귀가 솔깃해졌다.

신 관리사는 "약초 담금주는 약성이 잘 우러나기 때문에 효과 만점"이라고 말했다. 약초 산행 뒤풀이에서 신 관리사는 후배 정 씨가 권하는 천도주 잔을 연거푸 비워 냈다.
잔대
■몸에 좋은 약초들

산삼, 도라지, 더덕은 잘 알려진 약초다. 약초 산행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엄나무, 비수리(야관문), 천문동, 백하수오, 적하수오, 영지버섯, 잔대 등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초보자는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2011년부터 약초 산행에 재미를 붙인 홍성진 씨는 "줄기만 보고 겨울 산을 다닌 지 딱 100일 만에 백하수오 한 뿌리를 캤는데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홍 씨는 선배들이 냄새만 맡고 약초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하라고 가르쳤단다. 백하수오는 잎이 없는 겨울철엔 줄기나 씨방만 보고 찾는단다.
비수리
신 관리사는 백하수오는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뿌리를 먹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흰머리가 까매졌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백하수오보다는 하수오(何首烏)로 더 많이 부른다. 하도 유명하니까 건강식품 회사에서 백하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넣어 문제가 된 그 약초다. 몸의 정기와 혈을 증강한다.

신 관리사는 약초의 특징을 더 설명했다. 산도라지는 맵고 쓴 특징이 있는데 진정시키거나 혈압을 내리고 염증을 약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급성편도선염에 쓰인다. 엄나무는 관절염으로 인한 심한 통증이나 좌골신경통 등에 좋은 약재다. 닭백숙을 할 때 넣는다. 백합과의 천문동은 뿌리를 쓰는데 단맛이 있다. 강장제나 이뇨제로 쓰인다. 감기약으로도 사용된다. 적하수오는 피를 맑게 한다. 만성관절염이나 빈혈에도 좋다고 한다. 영지버섯은 불로초로도 불리는데 간과 폐에 좋고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대는 대장에 좋고 가래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 
엄나무
■산약초 활용법

약초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술을 담그는 것이지만, 잘게 썬 약초를 꿀이나 설탕에 재거나 말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또 각종 음식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약초꾼 정 씨는 특별한 비방이라며 백숙을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다. 닭백숙에 엄나무를 넣는 것은 흔하지만, 여기에 산도라지를 몇 뿌리 넣어서 삶아 내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먹어 보지 않아 할 말이 없었지만, '산도라지를 넣으면 백숙 맛이 두 배'라는 말에 엄지를 들어 인정!
영지버섯
도라지는 잘게 썰어 꿀이나 설탕에 쟁여 두었다가 기침이 나거나 목이 칼칼할 때 차 대용으로 마시면 그만이란다. 약초꾼의 집에는 가정상비약처럼 꿀에 잰 산도라지 병이 있다고 다들 자랑했다.

비수리는 '야관문(夜關門)'라는 묘한 별칭이 있다. '밤의 빗장을 연다'는 뜻인데 부부의 정을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약초다. 요즘에는 약성이 좋다고 알려져 비수리로 술을 담그는 사람이 많단다. 적하수오처럼, 약효는 좋지만 독성도 강한 약재는 쌀뜨물에 3시간 이상 담가 중화시켜서 사용한다고 한다. 술에 오래 담가두는 것도 일부 독성을 중화한다고. 약성은 있지만, 독성이 더 강한 천남성이나 복수초 등은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가진 한약사를 통해 법제(자연에서 채취한 약초를 약으로 처리하는 과정)를 거쳐야 한다고 신 관리사는 당부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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