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SNS가 살렸어요!] 부경대 후문 '형제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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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좋은데 홍보할 방법이… SNS 통해 '기사회생'

'형제돼지국밥' 2호점 앞에서 최제윤(왼쪽)·석윤 형제가 환하게 웃었다. 음식부터 가게 인테리어까지 형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형제돼지국밥 제공

많은 청년이 큰 꿈을 안고 창업에 뛰어든다. 특히 부경대·경성대 앞은 청년 창업의 격전지다. 하지만 처음 꿨던 꿈과 달리 현실의 벽은 높다. 치솟는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란 패기만으로 극복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여기, 악전고투 끝에 '살아남은' 청년들이 있다. 잘 활용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이라는 SNS로 기사회생했다. 창업 7년 만에 2호점을 개업한 '형제돼지국밥' 최석윤(31), 제윤(30) 형제다.

외할머니 레시피로 돼지국밥집 창업
들쭉날쭉 맛 잡았지만 소문 안 나 고전

밥 먹고 인증 사진 올린 손님에게 경품
대학생 시험 기간엔 반값 이벤트도
'좋아요' 늘면서 조금씩 입소문

'국밥데이' 비롯 지금도 SNS 마케팅

SNS에서 반응이 좋았던 음식을 신메뉴로 내놓았다. 사진은 콩나물국밥.
■창업을 결심하다

형 석윤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한 패션 회사에 취직했다. 2년 동안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야근을 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는 "노력만큼 대가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산을 해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월급으로는 서울에서 집 한 채 사기 힘들겠다는 결과가 나와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형과 달리 동생 제윤 씨는 조리학과를 나와 호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어느 날 부산에서 외할머니가 해준 밥을 먹던 형제는 "이 정도 맛이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심전심이었다. 형제의 외할머니는 평양 출신으로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와 부산진역 근처에서 돼지국밥 장사를 한 경험이 있다. 평소 평양식 냉면, 만두, 국밥을 먹고 자란 형제는 외할머니의 돼지국밥 레시피로 창업을 결심했다.

"동생이 요리하고 제가 경영을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권 분석이고 뭐고 당장 가진 돈에 맞는 곳에 가게를 구했죠. 대연동에 살고 있기도 했고 임대료가 싼 곳을 골라 대연동 부경대 인근 주택가에 가게부터 덜컥 냈습니다." 형 석윤 씨가 전했다.

외할머니에게 맑은 국물을 기본으로 한 돼지국밥을 배운 것 외에 사실상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었다. 부경대 후문 근처에 개업을 한데다, 창업을 하고 2년 동안은 맛도 들쭉날쭉했다. 동생 제윤 씨는 "맛이 잡히지 않으니 하루에 겨우 6만~7만 원을 판 적도 있고, 만들어 놓은 국밥이 너무 많이 남아 버린 날도 허다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간장 수육.
■SNS가 살리다

설상가상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 형제는 가게 안 쪽방에서 잠을 자며 장사를 하는 날이 계속됐다. "정말 가진 거라고는 패기밖에 없었어요.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일하고 눈 뜨면 다시 일하는 날이 계속됐죠." 형 석윤 씨가 말했다. "아마 집이 잘 살았다면 그때 가게를 접었을지도 몰라요. 정말 뒤가 없었기 때문에 버텼던 것 같아요." 동생 제윤 씨가 덧붙였다.

2009년 창업 이후 2년이 지나고, 맛이 자리를 잡을 즈음 페이스북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형제는 또래가 그렇듯 자연스레 SNS를 시작했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국밥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좋아요'를 누르면 음료수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하자 대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SNS 마케팅과 더불어 호재가 찾아왔다. 부경대가 담 허물기 사업을 하면서 부경대 후문과 주택가 사이를 막고 있던 담이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후문 쪽 유동인구가 늘었다. 전략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국밥데이'를 만들어 SNS와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홍보하기 시작했다. '국밥데이'에는 국밥을 3000원에 팔았는데 SNS 홍보를 하는 것과 함께 가게 앞에 현수막을 걸어 주목도를 높였다. 형제에게 SNS 홍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으로 1년에 4번, 대학생 시험 기간에 맞춰서 하는 '시험공부 하느라 수고했어, 밥 먹고 집에 가' 캠페인이다. 시험 기간 중 오후 9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6000원인 국밥을 3500원에 판다. 이외에도 국밥을 깨끗하게 먹고 빈 그릇을 SNS에 올리면 돼지국밥 쿠폰을 주는 '완뚝 이벤트'는 상시로 진행한다.
돼지구리(돼지국밥과 라면을 넣은 퓨전요리).
■위기가 기회 되다

맛을 안정화하고 SNS 마케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장사가 궤도에 오르자 건물주와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형제가 세 들기 전에는 가게 3개가 망해서 나갈 정도여서 임대료가 싼 축에 속했다. 하지만 형제의 가게가 잘 되고, 또 담이 사라진 이후 부경대 후문 상권이 살아나면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했다.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원주민이 내몰리게 된 것이다.

결국, 형제는 5년간 장사하던 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었다. 지난해 8월 장소를 옮겨 '형제돼지국밥' 1호점을 재개점하고 뒤이어 11월 2호점을 열었다. 같은 부경대·경성대 상권에 있으면서도 골목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건물을 매입해 고쳤다. 1, 2호점의 리모델링까지 모두 형제가 직접 했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단골손님도 있는데 찾아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골목 안으로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매출이 떨어져 걱정했는데 2호점이 생기면서 전체 매출은 더 커졌어요." 형 석윤 씨가 설명했다.

여전히 형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돼지국밥 하면 쌍둥이 국밥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SNS에서 검색해보면 쌍둥이 국밥은 8000개가 뜨고 우린 아직 800개 수준이에요. 하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입혀 레드오션이라고 불리는 돼지국밥 가게를 창업하고 살아남은 것처럼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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