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식중독… '불안한 부산경남'] 수산물 기피 확산, 거제 식당들 마수걸이도 못 해
'감염병 비상' 사태에 요식업 등 큰 타격
국내에서 15년 만에 콜레라가 발생하고, 일선 학교에선 집단 식중독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다. 관계 당국은 긴급 방역을 실시하고 위생관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산물 섭취를 기피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상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위축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에 콜레라까지
이대론 지역경제 공황상태"
부산 명지전어축제도 '불똥'
25일 진해 고교서도 식중독
감염병 우려 교육청 '초비상'
■조선 불황 거제·명지 전어축제도 '불똥'
특히 거제는 15년 만에 국내에서 발생한 첫 콜레라 환자의 유력한 감염지로 지목된 데 이어 불과 이틀 만에 추가 확진 환자까지 나오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요식업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두 번째 콜레라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25일 낮 12시 30분, 거제 최대 번화가인 신현읍의 한 횟집. 평소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이지만 식당 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업주는 "첫 번째 환자가 거제와 통영을 여행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손님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더니, 두 번째 환자까지 나오자 오늘은 손님이 아예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광주에 사는 첫 번째 환자의 경우 지난 7일 거제에서 점심으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저녁으로 전복회와 농어회를 먹었고 8일에는 통영에서 점심 때 농어회를 먹었다. 통영의 한 유명 해물탕집 업주는 "횟집은 완전히 죽을 쑤고 있다. 끝물이라도 아직은 휴가철인데 어제와 오늘은 마수걸이도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익혀 먹는 건 문제가 없는데도 다들 수산물은 안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염병 발병지역'이라는 주홍글씨 탓에 관광객도 급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난데 없는 콜레라까지 발생해 이대로 가다간 지역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의 전어축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직장인 오 모(45·부산 강서구 대저동) 씨는 25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가기로 했던 '명지 전어축제' 참가 계획을 취소했다. 오 씨는 "이런 상황에서 회를 먹는 것은 아무래도 찝찝하다"고 말했다. 명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정상적인 조리 과정을 거친 회라면 콜레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제철을 맞은 전어 장사가 예기치 않은 콜레라 여파에 휘청이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콜레라 여파가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감염 경로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수산물 코너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시 보건소 직원들이 해안가 주변 방역에 나선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