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 "집단대출 급증하는데" 주택공급 억제한다고 효과 있을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인한 가계 부채가 급증하면서 부실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큰 인기를 모은 부산 동구 '범양레우스 센트럴베이' 견본주택 현장. 부산일보DB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가 2분기 말 기준으로 1257조 원을 넘어서며 '빨간 경고등'이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가 1분기보다 33조 6000억 원(2.7%) 증가한 1257조 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31조 5000억 원에 비해 125조 7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1년 만에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2분기 주택담보대출 19조
가계부채 증가 60% 차지
집단대출 상반기에 11조 늘어

비은행권 대출 급증 '우려'
주택공급 줄이면 가격 유지돼
가계대출 느는 악순환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은 주택담보대출이다. 2분기 가계부채 증가 폭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9조 원으로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집단대출의 급증세도 문제로 꼽힌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 개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고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집단대출 잔액은 121조 8000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1조 6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올해 초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을 조였지만 실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에는 가계부채 상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기 위해 택지공급 축소와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 금융대책이 아닌 강력한 주택 공급 억제책을 내놨지만 그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더 많은 편이다.

■가계부채 질(質)이 점점 나빠져

올 2분기 가계부채 증가액 33조 6000억 중 판매신용액 7000억 원을 뺀 가계대출 증가액 32조 9000억원 가운데 예금은행 대출은 17조 4000억 원이고 나머지 15조 5000억 원은 비은행권에서 빌린 금액이다.

특히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 4000억 원으로 작년 2분기(5조 원)의 2배를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권 전체의 대출 증가액은 24조 4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8조 6000억 원)의 2.8배 수준이다.

정부가 부채관리를 위해 시중은행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자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가 없는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 가능한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부실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채 총량이 관리 가능한 수준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지금과 같은 증가속도를 유지할 경우 연내 총액이 13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 제약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대내외 충격 등에 따른 금리 상승 또는 주택가격 하락 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위기에 몰린 가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는 134만가구로 1년새 4만가구가 증가했다. 또 원리금상환비율과 부채/자산 평가액 비율(DTA)이 임계치 수준(각각 40%, 100%)을 초과한 '부실위험가구'는 111만가구로 1년 만에 3만가구 늘었다. 특히 한계가구, 부실위험가구로 중복 판별된 '고위험 가구'는 54만가구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은 기존 가계부채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주택 공급을 줄여서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가격을 유지시킨다는 것은 결국 주택 구매심리를 꺾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기자 ljn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