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에 인도군 전사자 빠졌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충일이던 지난 6월 6일 6·25전쟁 때 참전한 인도 군인 '우니 나야' 대령의 기념비 앞에서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과 구청 관계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 제공

6·25전쟁에서 희생된 유엔군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기념공원에 인도에서 파병됐다 전사한 군인들이 누락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민국 국방부 자료에는 인도 군인 3명이 숨진 것으로 돼 있고, 주한인도대사관 측도 4~5명이 한국에서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한印대사관 "4~5명 숨져"
국방부 자료 "3명 전사" 기록
추모명비엔 한 명도 없어

대구선 숨진 장교 참배도
공원 "인도 측 건의 때 수정"


25일 유엔기념공원에 따르면 21개 국 175만 4400명의 유엔군이 6·25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돼 17개 국 4만896명이 실종됐거나 전사했다. 2006년 세워진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에도 같은 기록이 있다.

이 같은 공식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의료지원국이었던 인도에서는 346명의 장병이 파견됐으나 전사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25일 주한인도대사관 관계자는 본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인도 현지 관계자를 통해 4~5명의 군인이 한국에서 전사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2014년 6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통계로 본 6·25전쟁'에 보면 당시 인도는 1950년 11월 제60야전병원을 한국에 파견했다. 이 가운데 3명이 전사했고, 2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인도의 본격적인 의료 지원단 파병에 앞서 한국에서 목숨을 잃은 인도군 고급 장교도 있다. 국제연합한국위원단의 인도 대표로 파견된 '우니 나야(Unni Nayar)' 대령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경북 칠곡군 왜관 근처에서 지뢰 폭발로 숨졌다.

1950년 12월 경북도청은 나야 대령이 화장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야산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후 수성구청은 기념비 주변을 단장하고 보수 공사를 하는 한편 현충일마다 참배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꿈꾸는 우리역사 그림책, 나야 대령'이라는 이야기 책을 만들어 역사교육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한 인도 대사는 물론 한국을 찾는 인도인들이 기념비를 즐겨 찾고 있다.

인도군 전사자 현황에 대한 일치된 통계는 나오지 않더라도, 일선 지자체가 나서 인도군 전사자를 스토리텔링 등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 측은 수동적인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기념공원 측 관계자는 "2006년 추모명비를 만들 때 각 국에 공문을 보냈는데, 인도 정부에서는 전사자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인도 정부가 공식적인 건의를 해온다면 인도군 전사자 현황 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