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 어떻게] '물막이' 백지화로 '생태제방' 급부상… 유네스코 의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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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물이자 국보 제285호이며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2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임시물막이 설치 사업'이 추진 3년 만에 백지화되면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에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암각화 보존 방안은 세계적인 문화유산 등재와 시민 식수원 확보 사이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다 이번 임시물막이 설치 무산으로 또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문화재청은 시가 줄곧 주장하던 생태제방안 검토를 위해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관계자를 초청해 주목된다. 그 결과에 따라 새 암각화 보존책이 급물살을 탈지, 아니면 표류할지 이목이 쏠린다.

암각화 앞 80m 지점에
길이 440·높이 15m 제방

유네스코 관계자 내달 초청
자문 결과 좋으면 '급물살'
주변 경관 변경이 걸림돌
반대 땐 수위 조절안 검토

■"암각화 보자" 방문객 급증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암각화 전망대. 암각화에 햇빛이 들면서 평소 못 보던 다양한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선사인들이 그린 '솟구치는 고래 모습, 배를 타고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연방 탄성을 자아냈다.

암각화를 찾는 하루 방문객은 평일 200∼300명, 주말엔 400∼500명으로 3년 전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문화재청과 시가 2013년 암각화 보존책으로 '임시물막이'에 합의하면서 사연댐 수위를 52m 아래로 낮췄기 때문이다. 현재 사연댐 수위는 48∼49m를 유지 중이다. 암각화는 수위 53m에 있다. 여름철엔 장마 등으로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어 만수위인 60m에 도달한다. 이 때문에 연중 6∼8개월 동안 암각화는 물에 잠긴다.

■생태제방안, 유네스코 의견이 좌우

연중 '침수'와 '노출' 반복으로 훼손이 가속화되던 암각화의 보존 방안 마련은 시가 2003년 서울대에 용역을 발주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보존하자는 수위조절안, 시는 대곡천의 물길을 바꾸는 유로변경안을 각각 제시했다. 시는 나중에 생태제방안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제방 설치의 경우 암각화 주변 지형의 변형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어렵다며 반대했다. 시도 식수 부족을 들어 반대하다 10년 만인 2013년 6월 임시물막이 설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임시물막이 설치 사업은 잇단 실험 실패로 결국 지난달 백지화했다. 임시물막이에 합의한 지 3년여 만이다.

임시물막이 실패로 시가 제시한 생태제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생태제방안은 암각화 전방 80m 지점에 길이 440m, 높이 15m, 너비 6m의 제방을 만들어 대곡천 물을 암각화 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문화재청의 입장도 예전보다 유연해졌다. 문화재청은 생태제방안을 축조 때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코모스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코모스는 다음 달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코모스는 생태제방 축조 때 암각화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과 등재 가능성을 자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태제방안 채택 여부가 사실상 결정된다. 이코모스가 생태제방 축조에도 등재가 가능하다고 하면 이 방안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상류 2개 댐 건설도 대안 부상

문제는 유네스코가 등재 대상 유산의 경우 해당 유적과 주변 경관을 모두 살피기 때문에 생태제방안을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작다는 데 있다. 생태제방안이 부정적이라면 수위조절안이 대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가 식수 부족을 이유로 또 반대한다면 암각화 보존책은 답이 없게 된다.

문화재청이 수위조절안 관철을 위해서는 시의 요구대로 맑은 물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선책으로 낙동강 수질의 개선 또는 대체수원 개발안도 마땅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엔 울산의 한 시민단체가 제시한 사연댐 상류의 2개의 댐 건설안도 눈길을 끈다. 경제성만 따지면 댐 건설이 불가능하지만, 암각화 보존책으로 접근하면 한번쯤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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