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이리카페 vs 제비다방, 젠트리피케이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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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약한 체질이지만 6주째 이어지는 서울행은 늘 설렌다. 서울시와 제주도가 함께 마련한 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의 멘토로, 수강 중인 문화기획가들과 하루 대여섯 시간을 함께한다. 유형별 사례공간을 직접 찾아가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위험과 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즐거움은 오히려 멘토의 계몽주의적 착각을 자성하게 만든다. 40명 가까운 참여자들의 공통 관심은 문화적 도시재생이고,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당연히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이들과 함께 고민하는 주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응과 극복방안이다. 마침 지난주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초대된 강연자는 홍대앞 카페문화의 전설 이리카페 김상우 대표였다.

이리카페와 비하인드를 양대 축으로 초고속 성장한 홍대앞 카페문화는 200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몰락한다. 자본의 탐욕과 치솟는 임대료,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괴물에겐 생성과정이나 예술가와 기획가들의 노력, 인간적인 감성 따위는 홍대거리를 지탱하는 핵심이 아닌 그냥 먹잇감일 뿐이었다. 2009년 이리카페마저 떠난 거리는 돈의 힘, 향락과 소비만이 창궐한 막장문화로 전락했다. 이리카페는 길 건너 상수동으로 이전해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와우산로는 새로운 문화거리가 되어 있지만, 괴물 역시 쫓아 왔다. 올해 이리카페는 또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건물주를 설득해 5년을 연장했다. 김 대표는 건물가치가 상승하고 거리가 활기찬 것은 임차인과 예술가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란 것을 건물주에게 설득하고, 이들이 떠나면 결국 함께 쇠퇴된다는 것을 공유하고 학습하는 노력이 공생의 접점이 될 수 있음을 알리며 게임처럼 즐긴다.

유동인구 증가·건물값 상승은
예술가 활동 덕이라는 점 인식

공생 가치 없으면 자본탐욕뿐
건물주·예술가 소통과 연대를


이리카페 건너 길가에 낮엔 카페, 해 지면 간판을 바꿔 클럽 '취한제비'가 되는 제비다방이 자리 잡아 이리카페와 함께 와우산로 두 축이 되었다. 1933년 시인 이상이 종로에 문을 연 제비다방을 81년이 지난 2014년 상수동에 재현해 낸 셈이다. 자칭 제비 오상훈 교수. 10여 년 전부터 동생과 홍대앞에 레몬싸롱이란 이야기공간을 열어 예술가들과 밴드, 기획가들과 작당하고 소통하였지만 그 역시 괴물을 경험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건축가로 조금의 여유가 있어서일까, 괴물로부터 그가 택한 방식은 와우산로 2차선 옆 삼각지에 자신의 집을 짓는 것이었다. 1층과 지하를 카페와 클럽으로 꾸며 제비다방을 연 것이다. 스스로 개념 있는 괴물이 되었다고 할까.

이리카페는 임대공간, 길 건너 제비다방은 자기 건물을 사용하여 상수동 전성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과제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두 사람은 공간의 지속성과 상수동 문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협의체를 만들어 연대를 이끌며, 지역·자본과의 소통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오후 8시 오랜 지인인 제비다방 오 제비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공공이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 강한 연대를 통한 집단행동과 공동대처, 보이지 않는 것과 느린 속도 등 괴물에 맞서기 위한 둘의 생각을 끝장내기엔 시간이 짧았다. 집단행동을 하는 늑대처럼 더불어 살기 위한 공간을 만든 이리카페 김상우는 부산 내성고 출신이다. 한량처럼 느슨하게 사는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정이 오가는 도시가 될 거라며 제비다방을 열고, 문화를 위협하는 여러 괴물의 문제를 풀기 위해 다방 옆 문화지형연구소CTR을 차린 오상훈은 부산에서 놀이터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부산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부산행 마지막 기차는 11시에 출발했지만, 나는 아그네스 발차가 부르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듣고 있다. 김상우가 쓴 시 '해가 드는 것이 반갑지 않은 까닭'을 읊조리며.


차재근 

문화체육관광부 (재)생활문화진흥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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