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도시에 만족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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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프로젝트의 상징인 2량 짜리 포트램. 황소자리·피플파워 제공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만족하십니까?'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4년 9월 한국컨설팅협회 지방자치단체발전지원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거주 만족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대전(53.2%)과 서울(42.9%)이었다. 전국 20~50대 남녀 3956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살기 좋은가'라는 질문에 전국 평균 32.9%가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부산(26.9%)과 경남(31.9%)은 전국 평균에 못미쳤고, 대구(23.7%) 경북(25.0%)은 더 낮았다.

일본 도야마
도심 편의시설 도보로 연결
시민 건강도 ↑ 관광객도 ↑

유럽 행복도시
고건축·친환경·협동조합…
고유의 특성 살려 사랑 받아


시민들은 지역 경제가 잘 굴러가고, 일자리가 충분해야 거주에 만족할 것이다, 정치와 행정은 이렇게 규정해왔다. 지금도 지자체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 방'으로 글로벌·대기업 유치에 목을 맨다.

특정 대기업 공장이 사실상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는 곳이 한국엔 널렸다. 핵발전 폐기물을 내뿜는 대가로 발전소 주변지역에 뿌려지는 지원금이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도 있다.

후쿠이 시민중학교에는 복도와 교실 사이에 벽이 없다. 시끄러운 상황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칵테일 파티 효과'를 적용했다. 황소자리·피플파워 제공
"기업 유치로 도시를 재생시킨다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기업을 유치하려고 지원금을 주고 인프라도 정비하지만, 채산성을 중시하는 공장은 비용이 낮은 다른 나라로 옮겨가 지자체가 쓴 노력과 세금은 물거품이 되었다. 지자체는 결국 기업에 우롱당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유치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콜센터는 일거에 고용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술이 그 지역으로 이전되는 게 아니고, 기술 침투가 없으니 새로운 산업으로 확산시킬 수도 없다. 그러므로 지역에 발전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
 
<이토록 멋진 마을>에서 저널리스트 출신 지은이는 마치 부산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산업기반도 무너지고, 기후도 열악한 일본 중서부 호쿠리쿠의 3개 현(후쿠이 이시카와 도야마)이 일본 내 47개 지자체 중 행복도 순위 1~3위, 학생들의 전국 학력평가·체력평가에서 선두권를 휩쓴 비법을 추적한 책이다.
유기농업으로 유명한 독일 호엔로에 마을 농민시장은 4000종 이상 로컬푸드를 직판한다. 황소자리·피플파워 제공
며칠 전 끝난 리우올림픽의 바통을 이어받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어쩌면 일본에게는 마지막 불꽃이 될지도 모른다. 단카이 세대(2차 대전 직후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고령자로 접어드는 2025년, 전체 인구 중 30%가 고령자가 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한국도 현재 출산·사망률이 유지된다면 2026년 전체 인구 21%가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저출산 고령화의 타격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역이 더 크게 입는다. 2013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콤팩트시티 정책보고서에서 호주 멜버른, 캐나다 밴쿠버, 프랑스 파리, 미국 포틀랜드와 함께 세계 5대 선진도시로 꼽힌 도야마 시는 고령화 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도심 집중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바닥 높이를 낮춰 노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내 순환 전차가 도심 주거지역을 꼬챙이로 경단을 꿰듯 관통한다. 선로변 거주 추진지구는 반경 500m 내에서 슈퍼마켓 병원 도서관 공원을 모두 걸어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걷는 노인이 많아지자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었다. 또 노인들이 살기 편리한 도시는 관광객 유치에도 유리했다. 머물지 않고 지나치는 경유지에 불과했던 도야마는 외지 관광객에게 200엔 짜리 시내 전차 무료 승차권을 제공하면서 관광객이 19배나 급증했다. 하루 숙박하며 걸어서 시내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교육 1번지' 후쿠이 현의 혁명은 제대로 된 교육을 고민하던 몇몇 선구적 교사들에 의해 개발된 쌍방향 소통형 교육에서 시작됐다. 교사들부터 새로운 학습법을 토론하고, 아이들을 교실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에는 마을 만들기를 비롯한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참조할 사례가 가득하다.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김범수 옮김/황소자리/288쪽/1만 5천 원.
 
현미경처럼 호쿠리쿠 3개 현 구석구석을 살핀 이 책에 비해 <행복사회유럽>은 유럽 7개국 16개 도시를 유람하듯 돌아보며 그곳에서 본받을 만한 점들을 관찰한 기행문에 가깝다. 

지은이가 귀촌한 작가로 마을연구소 소장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관심이 행복한 사회의 조건에 모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와 에피소드가 그대로 묻어나는 고건축, 자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공원, 저탄소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친환경정책,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자립적 협동조합 등 도시마다 특징을 살려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모습이 묻어난다. 정기석 지음/피플파워/316쪽/1만 4000원.
이토록 멋진 마을(왼쪽), 행복사회유럽

'도시 규모가 다르고, 여건이 다르다.' 핑계 댈 일이 아니다. 행복도와 만족도가 낮은 우리 지자체의 문제는 무엇인지, 시민들을 어떻게 도시 재생의 주체로 내세울지, 행정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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