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넘어… 우리 역사와 만난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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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은 미국 LA 특집을 통해 도산 안창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MBC 제공

방송사 예능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역사를 품고 나섰다.

도산 안창호 선생, 안중근 의사, 휴전 협정 등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 등장할 법한 인물과 용어들이 영화와 드라마도 아닌 예능에 등장한 것. 최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간판 프로그램들은 역사를 활용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무한도전·1박 2일·런닝맨
방송 3사 간판 예능프로그램
역사 활용 기획으로 눈길

안창호 안중근 한국전쟁 등
딱딱하지 않은 현대사 공부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이하 '1박 2일')에서는 하얼빈 특집을 꾸며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따라 가보는 시간을, MBC '무한도전'에서는 도산 선생을 따라 일제강점기에 대한 우리의 역사의식을 은연 중 일깨워줬다.

또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는 한국전쟁과 관련된 숫자를 미션 수행 키워드로 삼았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들이 종전의 방식대로 그저 웃음을 주는데 머무르지 않고, 기억에 아스라해지는 우리의 힘겨웠던 현대사를 접목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바싹 다가서고 있다.

■이쯤 되면 역사지킴이 '무한도전'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

'무한도전'을 통해 다시금 조명 받은, 역사를 잊은 채 살아가는 자들을 질타한 안창호 선생의 한 마디다.

그동안 역사를 다룬 기획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무한도전'은 지난 20일 방송된 '도산을 찾아서' 특집을 통해 독립 운동가이자 사상가인 그를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미국 LA의 한인타운으로 건너가 민족을 위해 일한 도산의 인생사를 전해 들었다.

특히 한번도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한 도산의 막내아들 안필영 씨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외손자인 커디는 도산의 아내 이혜련 여사가 만든 태극기, 도산의 여행용 가방 등 100년 전의 유품들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도산이 독립을 꿈꾸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구체적 자료들이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무한도전'이 역사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사특강' '우토로 마을' '군함도' '독도'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역사 교과서가 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해오며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바 있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는 하얼빈 특집을 꾸며 안중근 의사를 조명했다. KBS 제공
■'1박 2일' '런닝맨' 등 역사를 품은 예능

예능이 역사를 품은 것은 '무한도전' 뿐이 아니다. '1박 2일'에서는 지난 3월 '하얼빈을 가다' 편을 꾸며 안중근 의사를 집중 조명했다. 당시 멤버들은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 전 3일 간의 흔적을 따라갔다. 하얼빈 조린공원,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 등을 직접 방문했다. 또 안 의사가 단순한 독립 운동가가 아닌 '사상가'임을 부각시키며 그 의미를 더했다. 특히 당시 방송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다섯 가지 중 하나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외에도 '런닝맨'에서는 지난 6월 '런닝맨 사냥' 편을 통해 가벼우면서도 역사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숫자를 한국전쟁 휴전 협정일로 설정하거나, 최종 미션 장소를 수도인 서울 탈환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곳인 연희고지로 설정하는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외에도 서울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던 미아리고개, 도하를 막기 위해 폭파된 다리인 한강대교 등 매번 미션 수행을 한국전쟁과 관련된 장소로 설정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예능이 다루는 역사는 교과서가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순기능을 한다. 자료나 정보를 통해 가볍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사실 관계' 이외의 다른 부분을 포착해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 더군다나 현대사를 더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면서 단순한 정보전달 이상의 큰 의미로 예능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유은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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